컬러강판과 노량진 수산시장

컬러강판과 노량진 수산시장

  • 철강
  • 승인 2023.03.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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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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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강판 담당 기자가 느끼는 컬러강판 시장은 노량진 수산시장과 다를 바 없다. 먼저 컬러풀한 강판 세계를 노량진 수산시장에 비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봐도 비슷한 가격에 같은 생선들을 팔면서 상차림 정도만 살짝 다른 노량진 시장과 흡사하다. 

공장이며 건축박람회며 다녀봤지만 컬러강판사(社)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제품은 찾지 못했다. 공장 견학에서는 청색과 아이보리, 블랙의 범용재 제품 생산이 한창이었고, 요즘 대세라는 우드계열 루버강판은 박람회 어딜 가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컬러강판을 요리조리 보고 만지고 느껴봐도 같은 제품이었다. 노량진 시장 수조에 담긴 조물주가 빚은 생선 얼굴들을 구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다. 

착색 표현은 그렇다 치고 기능도 어찌나 그렇게 똑같은지. 항균강판과 불연강판, 고내식 강판, 바이오매스 등 제품들은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업계 최초라 들이밀지만 보도자료를 처리하는 기자도 헷갈릴 때가 많다. 사실 커닝과 모방이 일상인 컬러강판 시장에서 업계 최초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들의 가격 경쟁에는 늘 불꽃이 붙는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새벽에 경매라도 열지만 컬러강판업계는 공동 호객 몰이에 바쁘다. 작년 상반기 톤당 180만원에 육박했더 컬러강판 유통 가격은 하반기 145만원대까지 곤두박질친 적있다. 부정적 시황도 한몫 작용했겠지만 지나친 호객 몰이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같은 고로사에서 열연코일을, 국내 몇 안 되는 도료사에서 페인트를 가져다 비슷한 설비에 생산하다 보니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색깔, 무늬, 기능, 도료를 추가한 프리미엄 컬러강판을 내놓더라도 재료와 기술은 표준화되며 범용재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차별화된 원재료와 기술력으로 프리미엄화를 접근해야 한다. 기존대로라면 공들여왔던 프리미엄 전략도 금방 기력을 다할 것이다. 가격과 서비스 전쟁에 신물이나 보이는 요즘, 올해부터는 유행과 구별되면서 희소성과 독창성을 지닌 컬러사들의 시그니처 제품들이 나와주길 기대해 본다. 이 제품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으로 자리를 옮겨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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