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망·펜스 등 안전용품 제조에 쓰이는 아연도금철선
KS 미인증 중국산 이용 사례 증가…관급시장까지 침투
정부, 부정납품 단속 강화 "상시 모니터링 가동"
최근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안전성 논란이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철망 제조에 쓰이는 아연도금철선 시장에서도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지 않은 저품질 중국산 유통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연도금철선은 연강선재를 냉간 가공 및 어닐링(열처리)한 후, 표면에 아연도금을 한 제품으로 주로 펜스나 낙석 방지용 돌망태, 개비온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구체적 용도가 관공서나 학교 등에서 안전제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품질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연도금강선 수입은 약 8만톤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80%(6만4,000톤)를 차지했다. 아연도금철선은 경강선재를 가공한 아연도금강선(HS코드 7217.20)에 포함돼 총 수입량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이들의 내수 판매가 도합 6만1,000톤(철선 3만8,000톤 / 강선 2만3,000톤)임을 감안하면 수입재 시장 점유율은 약 57%로 추산된다.
정부가 지난 2018년 8월부터 중국산 아연도금철선을 덤핑 품목으로 지정하고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8.6%의 덤빙방지관세율을 부과해 오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국산 유통이 만연한 제품 중 하나인 셈이다.
아연도금철선 가공 제품은 크게 관급과 사급시장에 나뉘어 판매되는데, 조달청의 품질 관리 아래 판매되는 관급시장은 국산 원자재 사용이 보장되는 반면 사급시장은 대부분 저렴한 중국산을 선호한다.
문제는 최근 공공조달 납품의 경우에도 입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KS 미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는 부정납품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국산 납품 계약 이후 저품질 수입 물품을 이른바 '국산으로 둔갑' 해버리는 경우다.
KS인증은 다양한 제품군에 부여되는 국가 품질보증서로 국가 규격인 만큼 관련 인증 제품은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된다. 특히 관공서와 같은 관급기관에서 KS 인증자재 미사용 시 추후 책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KS인증기관협의회에 따르면 아연도금철선 인증(표준번호 KS D 7011) 업체 현황으로는 한국선재와 진흥철강, 진흥스틸, 대아선재, 청우제강 등 5개 업체와 해외 1개사 등 총 6곳이 등록돼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일부 공급자와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KS 인증제품 사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KS 인증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추가로 국내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보다 강력한 대응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정납품 단속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관세청과 조달청은 지난 3월 '공공조달물품 부정납품단속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근 지능화되는 공공조달 시장 부정납품 행위에 대해 양 기관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내 제조기업들을 보호하고 외국산 저품질 물품 납품에 의한 공공기관과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앞서 양 기관은 지난해에도 외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공공기관에 납품한 12개 업체, 총 1,244억원 규모의 부정행위를 합동단속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공공조달물품 부정납품 단속 협력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이어 부정납품 단속 협의회를 구성해 분기별 정례회의 및 필요시 수시회의를 개최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된 의심업체에 대해 합동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공공조달 부정납품에 대한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공공조달자료와 수입통관자료를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산지 국산둔갑 등 부정납품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상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