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입장 차이에 협상 장기화 가능성↑
韓 조선 수주 호황에 일감 급증...“철강社 협상 우위”
저가 中 후판 대거 유입 변수로 떠올라
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조선사와 철강사의 팽팽한 기싸움 펼쳐지고 있다.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양쪽 모두 아쉬움을 남긴 만큼 이번 협상을 통해 확실한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과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을, 조선업계는 인상 폭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통상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번씩이다. 상반기 협상의 경우 늦어도 4월 말이면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상반기 협상은 첨예한 입장 차이로 5월 중순에서야 극적 타결됐다. 후판 가격은 작년 하반기보다 소폭 인상된 톤당 90만원 수준에서 합의에 이르렀지만, 양쪽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아쉬움을 삼켰다.
앞선 협상에서 철강업계는 원자재·전기료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조선업계도 급상승한 후판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높이기는 어렵게 됐다. 이에 하반기 협상을 통해 만회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양쪽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올해 하반기 협상도 상반기와 비슷하게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상은 대조적인 수요산업 전망에 입장이 극명히 갈린 상황이다. 조선업은 대규모 수주에 따른 안정적 일감 확보로 호황을 맞았지만, 철강업은 하반기 불확실한 전망으로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수요에 손해가 누적된 철강업계에 있어 조선용 후판 판매를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오랜만에 맞은 호황인 만큼 후판 가격 인하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선박 건조비용 중 4분의 1이 후판 가격이 차지한다. 이에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선박이 건조되기까지 1~2년 소요되는 만큼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손해가 늘어날 위험이 있다.
아울러 조선업계는 최근 저가 중국산 후판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국산 후판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수임된 후판의 양은 총 71만1,483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만5,303톤(94.3%) 증가했다.
더구나 지난 3월 이후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오퍼도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7월 셋째 주 기준 톤당 610달러(CFR)로 올해 최저가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중국산 후판 수출 오퍼 가격이 한계 원가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하반기 중국산 후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산 후판 유통가격도 최근 하락국면으로 전화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수입재와 가격 차이가 큰 상황이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6월 중국산과 국산 중후판 1차 유통가격의 평균은 각각 94만원, 118만원을 기록했다. 수입재와 2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산의 경우 조선사들의 늘어난 일감으로 철강사들이 협상력의 우위를 보이며 상반기 중 높은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4월 이후 국제 철광석 가격도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의 요인으로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판가격은 하반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