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추진 시, 고로 생산 비율 높은 러시아-중국-튀르키예 부담 커져
우리나라, 철강 등 수출품 가격 인상압박 부담 발생...EU도 수입물가 상승 부담
“정부 산업계 유상할당 신중 기해야, 철강업계는 수소경제와의 연관성 높일 필요”
1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스틸코리아 2023(Steel KOREA)’가 개최됐다. 단국대학교 조홍종 교수는 세션1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동향 및 통상 트랜드에서 ‘EU CBAM 거시경제적 파급효과 및 철강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홍종 교수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제도(CBAM)의 개념과 주요 특징을 먼저 설명했다. EU의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비유로(非EU) 국가에서 배출 규제가 엄격한 EU 회원국으로 물품을 수출할 때 밸상하는 가격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세금 등의 비용을 부과하여 국가 간 탄소 배출 감축의욕(ambition) 차이를 보정하는 무역 제한 조치를 뜻한다.
EU는 올해 10월부터 CBAM의 시범 시행을 실시하고 2026년부턴 본격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를 EU 비회원국에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 등 철강·비철금속 제품군이 강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 철강·비철금속 업계를 비롯한 비유로 업체들은 신고인(declarant)으로서 정보제출 의무가 강화되어 매년 5월 하순까지 CBAM 인증서 개수와 직전 년도 수입재 탄소 배출량 등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비유로 기업들은 EU ETS 배출권 경매의 종가 평균가격으로 CBAM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5년부터 ETS 거래가 시작된 가운데 2017년까지 국내 ETS 가격이 EU-ETS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8년부터 EU-ETS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여 2020년 이후 EU-ETS 가격이 국내 ETS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점차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조홍종 교수는 EU CBAM 정책이 유럽의 철강 무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조 교수는 특히 중국과 튀르키예, 러시아 및 CIS 소속국 등에서 유럽향 철강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들 국가는 고로 생산 비중이 높아 CBAM 인증서 수입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35년을 기준으로 국가별 EU CBAM 인증서 비용은 러시아 18.8억유로, 우크라이나 8.7억유로, 튀르키예 8.2억유로, 중국 4.8억유로 수준이 전망된다.
이에 중국 바오우철강 그룹은 국가 최대 탄소중립 펀드에 500억위안을 투자하고 수소 대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코어는 직간접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scope3’ 수준까지 측정하여 배출량 모니터링 투명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NLMK 철강사는 산업파트너들과 CCUS, 수소 사용 기술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20203년 철강 1톤당 탄소배출량을 1.91톤으로 감축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홍종 교수는 우리나라 철강업도 EU CBAM에 직접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EU CBAM 수출 품목 중 철강 품목은 전체의 93.6%를 독차지하고 있다. 비철금속인 알루미늄도 전체 CBAM 품목 중 6%대 수준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CBAM 인증서 비용은 연간 온실가스 내재 배출량 추정치에 EU ETS 배출권 가격을 곱한 값에서 국내 배출권 가격을 뺀 수준으로 가늠되고 있다. 조홍종 교수는 인증서 추정 비용에 거시경제모형 등을 활용하여 국내 거시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CBAM 시행을 전후로 국내 총요소생산성 상승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 교수는 CBAM 시행 10년(40분기) 영향으로 EU와 우리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 소비 증진이 나타나고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수출품 비용 인상 압박으로 거시변수의 긍정적인 효과가 대부분 상쇄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EU 측에서도 총요소생산성 상승 충격이 우리나라의 전망 모델과 비슷하게 움직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홍종 교수는 CBAM 시행 효과 전망 모델의 정부지출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정비지출을 1% 상승시킬시 단기적 GDP 증가와 구축효과에 따른 소비감소, 물가승승률 등이 나타나리라 전망했다. 그는 EU 측에서도 정부지출을 1% 상승시킬시 GDP 상승 폭 소폭 감소와 소비 감소 폭 확대가 예상되지만 의미있는 수준으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CBAM 시행 초기 물가 상승률이 시행 전보다 적지 않게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 교수는 “EU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국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국내 철강 부문 무상할당 비중을 천천히 줄여나가는 것이 국내외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EU의 역내 물가 상승으로 인한 CBAM 진행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점진적 대응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EU가 전면적으로 CBAM을 실시할 경우 역내 물가 상승 충격을 받을 것으로 철강업계를 포함한 산업계 유상할당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산업계는 RE100과 CFE 확대 추진 및 대응을 강화하고, 철강업계는 수소 등을 활용한 저탄소 및 무탄소 공정 기술 개발과 수소 경제와의 연계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조 교수는 정부에 철강 및 산업계가 CBAM 대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공정개발 기술 지원과 탄소 가격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