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일류와 삼류의 차이

황병성 칼럼 - 일류와 삼류의 차이

  • 철강
  • 승인 2023.09.18 06:05
  • 댓글 1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류(一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나 사물이나 사람 가운데서 첫째가는 위치나 부류를 뜻한다. 이 일류에는 아마추어적인 면보다 고도화된 프로의식이 내재하여 있다. 그래서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뚜렷하다. 도공(陶工)을 예로 들면 삼류 도공은 자신의 도자기를 쉽게 깨트리지 못한다. 그러나 일류 도공은 자신이 빚은 도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깨트리고 만다. 시간을 따지지 않고 최상의 작품이 나올 때까지 수백 번이라도 깨트린다. 그래서 삼류 도공의 작품은 싸구려이고 일류 도공의 작품은 값어치가 나간다. 일류가 세상에서 인정받는 핵심적인 이유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일류 시인의 고뇌는 불면에서 비롯된다. 시어를 탄생시키기 위한 창작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산고를 겪는 산모처럼 고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시어는 모래 속에서 사금을 골라내듯 시인이 치열하게 하나의 언어를 골라내는 조탁(彫球) 속에 나온 것이라고 평가한다. 절제된 최상의 언어로 감동적인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인이다. 일류 시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창작의 고통은 필연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어는 초점이 흐려져 산만한 삼류 시인의 작품이 되고 만다. 당연히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처럼 일류로 인정받는 길은 순탄치 않다. 엄청난 고통과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이 수반된다. 고승의 수양처럼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만이 비로소 일류가 된다.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은 삼류로 가는 지름길이다. 세계적 기업들은 지금 기업에 혁신문화를 입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고객 가치 향상을 위해 시스템 개발에 열심히다. 경영자들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며 성과를 내고자 밤낮없이 고민하고 있다. 변화하는 산업 동향을 예측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일류기업이 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류가 아니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극단적인 경제 환경이 치열함을 불러왔다. 1등이 아닌 2, 3등은 영속성을 위협받는다.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지배당하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것은 국가 간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들은 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 선진국을 평가하는 기준 중 경제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기업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 이 부문에서 중국,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3개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을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22년 주요상품·서비스 점유율 조사’에서 한국은 스마트폰, D램, 낸드플래시 반도체, OLED, 초박형 TV(이상 삼성전자), 조선(현대중공업) 등 6개 품목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미국, 중국에 이은 일본과 공동 3위다. 하지만 강세였던 세탁기, 가정용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중국에 빼앗겨 3위에도 들지 못했다. 반면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와 2위 애플, 조선에서 현대중공업과 2위 CSSC의 차이는 각각 2.9% 포인트에 불과했다.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미·중 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전기차, 배터리분야 선전이 두드러진다. 이 산업 또한 우리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거북이 걸음을 하는 동안 저들은 로켓처럼 빠른 걸음으로 우리 시장을 빼앗아 갔다.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부지불식간에 우리 시장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 이 상황은 우리 철강·금속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 격차 제품을 만들고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을 응대하는 것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류가 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굴기(崛起)라는 단어를 유난히 좋아한다. 반도체 굴기, 군사 굴기, 축구 굴기 등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이것을 위해 주변국 시선은 아랑곳 않고 오직 중뽕을 내세워 국민을 선동한다. 그 선동이 예전에는 잘 먹혀들어갔다. 경제 굴기를 보면 입증된다. 하지만 잘 나가던 중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탄탄했던 내수가 부동산 부실로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경제는 4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내수가 무너지면 경제도 무너지게 돼 있다. 우리 경제도 안심 못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저들이다. 삼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저들의 경제를 교훈 삼아 일류가 되기 위해 날카롭게 보검을 갈 때가 지금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대**** 2023-09-18 14:23:31
선생님 칼럼 읽으면서 반성 많이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매 하단 중국이 유난히 좋아하는 단어에 堀자가 잘못 쓰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뜻은 우뚝 서다 라는 의미로 쓰신 것 같은데 한자가 틀린 듯 합니다. 崛 이게 맞는 듯 하여 적어 보냅니다. " 崛起"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많이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