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국내 산업도 대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등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효율화를 명분으로 예산을 삭감했지만 오히려 실이 많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내년 R&D 예산은 올해 보다 16.6% 감소한다. 정부의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삭감 폭도 정부의 정책 분야 중 가장 큰 폭이다.
정부가 설명한 예산안의 주요 내용은 혁신 R&D 10조 원 투자, 필수 R&D 8조 7,000억 원 투자, 그리고 R&D 비효율 개선이다. 국가전략기술에는 올해 4조 7,000억 원보다 6.2% 증가한 5조 원을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는 R&D 투자 비효율 개선을 위하여 108개 사업을 통폐합해 3조4,000억 원을 절약했고 최근 예산이 증가한 기초연구, 소부장, 감염병, 기업 R&D를 재구조화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예산 분배가 낡은 R&D 관행과 비효율을 걷어내고 선도형 R&D로 나가기 위한 선택인지에 대한 논란이 크다. 예산 구조조정이 당초 명분이었던 현안에 의해 대폭 늘어난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관행적, 나눠주기식 사업만 줄인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업 R&D의 경우 올해 1조5,700억원에서 1조1,900억원으로 3,800억원(24.2%)이나 삭감됐다. 나눠주기식 사업 구조조정 역시 올해 2조4000억원 규모에서 내년 5,700억 원 규모로 1조 8,300억 삭감에 그치는 등 정부가 설명한 감소 폭만으로는 전체 감소 폭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바이오헬스, 인공지능,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 7개 분야에서는 4.5%~20.1% 정도 늘었지만 수소, 첨단로봇 등의 분야에서는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대규모 R&D가 필요한 탄소중립 분야의 예산은 2조원 규모에 그쳤다.
이러한 국가 R&D 예산의 삭감과 이에 따른 논란은 무엇보다 효율화 등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이 아닌 삭감만을 목적으로 책정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예산 삭감이 국내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개발이 상용화 단계에서 끝나는 사업도 많을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으로 연구 개발의 진행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정부가 R&D 제도 혁신을 통한 지원 강화를 추진하면서 실질적인 개발 활성화와 이를 통한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정부의 R&D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이 크게 낮아진 만큼 중소 철강금속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대한 보다 적극적 관심과 의지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더욱이 R&D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R&D를 줄인다는 것은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탄소중립 예산은 주요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정부의 탄소중립 실현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EU, 일본 등 주요국들은 탄소 혁신 저감 신기술 개발을 위해 예산과 별도의 특화기금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등 미래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삭감이 아니라 오히려 대규모 증액을 통해 지원을 하더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예산 복원과 더불어 펀드조성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