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경기는 산업별로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 또한 지속되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으로 크게 둔화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적인 대내외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과 더불어 올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에너지 비용이다.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비용 상승이 최근 중소기업들의 또 다른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오른 전력 요금과 더불어 가스 가격 상승 등 에너지 비용으로 인한 부담이 대폭 가중되면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상당 수의 중소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효율 설비 설치 등의 방안도 현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들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냉방, 난방, 조명 등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을 통한 대응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진해온 것으로 사실상 추가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 에너지 요금은 국가 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제조, 가공업에서의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 요금은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요국들은 산업용과 가정용 에너지 요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물론 정책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보더라도 사용량은 산업용 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합리적이다.

앞으로도 에너지 비용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면서 단기간에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요금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외부 요인에 의해 변동성이 커질 경우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도 상당기간 전기요금의 인상 기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비용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들은 러-우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다양한 부담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력부담 가중에 따라 전력요금상한제를 도입했고 일본도 에너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2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들은 급등하는 에너지요금으로부터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지원책을 내놓치 않고 있다.

내년에도 중소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 제품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체제 마련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도 에너지 비용 부담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우선적으로 중소기업계 요구하고 있는 중소제조업 전용 요금제 도입, 중간·최대부하 요금 인하, 봄·가을철 요금 적용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