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이커머스로 떼돈 벌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가 창궐한 2019년. 시작할 때만 해도 철강계의 쿠팡, 당근마켓과 같은 벤치마킹형 워딩들로 오픈빨들을 잔뜩 세웠는데 여태껏 성공 스토리는 안나오고 있다.
철강계의 쿠팡들은 잘 있나 싶어 5곳의 철강 이커머스 홈페이지에 들러봤다. 기자의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자면, 쿠팡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사업자등록번호가 없어서 회원가입부터 제한되기에 비로그인 상태에 두고 이것저것 눌러봤다. 주문 외거나 재고떨이 상품들, 스크랩 처리 직전인 제품, 강종 스펙만 한 줄 적힌 제목, 해당 이미지는 실제 제품 사진이 아니라는 설명, 제품 위치나 판매처는 동일한 곳들이라 믿음이 안 갔다. 노클레임 조건 판매도 있었다.
감히 말하지만 내 생애 이런 불친절한 쇼핑몰은 처음이다. 파는 사람이 갑이고 사는 사람이 을이 되는 철강업계의 관행이 그대로 녹아든 플랫폼 같다. 사는 이에 대한 불친절함은 여전하다. 가격이 유통가격보다 그리 싼 것도 아니고 외상거래는 안되니 현찰로 결제하던가 카드사에 알아보라는 식이다. 현찰로 결제하면 D/C를 해주는 유통 판매상들도 있는 데 그 쇼핑몰들은 정찰제다. 물건도 알아서 옮겨야 하고, 로켓배송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량도 제한적이다. 줄여준다던 발품만 더 늘게 생겼다.
철강 이커머스를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많이 어렵겠지만 판매자 중심적 사고부터 가장 먼저 바꿔야 한다.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받는 중국의 철강 판매 사이트들을 뒤적거려보면 실물 동영상, 제조사 설명, 1:1 채팅, 중량을 속이거나 제품 파손 시 무조건 환불, 24시간 내 발송 등이 눈에 띄었다. 지극히 사용자 중심이면서 B2C 거래와 유사한 모습이었다. UI/UX 편의성과 같은 홈페이지 꾸미기나 정품 물량 확대 같은 것들은 헛발질은 아니었을까. 구매자들에 어떻게 철강업계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