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ETS 검증기관, 국내서 자신들만 CBAM 검증 가능하다고 영업...국내 검증기관들 ‘반발’
정부, 검증 상호인정 추진...철강·비철업계 “보다 빠른 대응 및 업계 내 인식 미비 해소 필요”
■ CBAM 전환기간 검증, EU-ETS 업계를 위한 조치 아냐
철강업계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및 전환 기간 인증에 대해 투자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검증기관에 대한 오해와 대비 필요성에 대한 인식 미비 문제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유럽 외 지역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수소, 비료 등 수입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사실상의 세금(CBAM 인증서 구매 의무)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앞선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전환기간’으로 설정되어 인증서 구매 의무는 없지만, 유럽에 철강 등을 수출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탄소 배출량에 대한 검증은 ‘권고’만 되고 있다. 2026년부터는 검증 역시 의무화될 예정이다.
다만, 탄소 배출 검증에 대한 상세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전환기간이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철강 업계 일부에선 CBAM 전환기간에 대한 일부 오해도 발생하고 있다. 전환기간 동안 탄소배출량 검증 체계를 확립하려는 업계에 선택의 기회와 비용의 부담을 가중시킬수 있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
최근 EU-ETS(유럽연합 탄소배출권거래제) 검증기관들은 한국에 영업법인 또는 지사를 두고, 자신들이 EU-ETS를 다루고 있는 만큼 전환기간 동안의 역외 CBAM 탄소배출량 검증 또한 자신들과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검증기관들은 유럽계 검증기관들이 시장에 잘못된 오해를 퍼트리고 있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BAM 전환기간 이행 규정 부속서에 따르면 전환기간 검증은 ‘ISO 14065’ 인정을 받은 독립된 검증기관으로 정해져 있다. 이 외 2026년부터의 확정기간에 대한 검증기관의 세부 요건은 현재까지 ‘미정’으로 2025년 중반이 되어서야 상세 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CBAM 전환기간 동안 ISO 14065 인증을 받은 기관들은 CBAM에 대해 검증을 수행가능하며, 실제로 국내 토종 검증기관이 CBAM 검증을 실시한 사례도 있다. (본지 3월 4일자 기사 - “표준協-세아베스틸, EU CBAM 전환기간 검증 완료”). CBAM 전환기간 동안 검증 수행이 가능한, 즉, ISO 14065 인정을 받은 국내 검증기관은 유럽계를 포함 현재 13개 기관으로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검증 가능 기관의 폭이 넓은 편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당국과 유럽집행위원회의 한-유럽 CBAM 공동 인포세션 회의에서도 한국 측의 제3국 검증기관을 CBAM 확정기간 검증기관으로의 인정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유럽집행위 측은 “CBAM 규정에 따라 EU 회원국의 인정 기구가 제3국 검증기관을 지정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2025년 발표될 세부 인정기관에도 한국의 검증기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다.
■ 전환 기간 시작했는데 느릿느릿한 정부...업계 “맞춤 대책과 빠른 대응 필요”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국내 업계가 CBAM 전환기간 검증 인증 준비에 대해 오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혼란과 시행착오를 줄이고, 실질적인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유관 부처 간 일관된 대응과 협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CBAM 배출량 검증을 준비하려는 국내 제조업계의 CBAM 검증기관 요건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홍보와 대응력 마련은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정부는 유럽집행위원회와 세부 협력을 추진하고 양측 인정기구(Accreditation Body/우리나라는 국립환경과학원, 유럽은 독일 DAkkS 및 프랑스 Cofrac 등)간, 유럽계 검증기관 및 국내 검증기관 간 협력 체계 마련과 ‘내재 배출량’ 검증 상호 인정 등을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ISO 14064-1(조직의 온실가스 배출량), ISO 14064-2(프로젝트의 온실가스 감축량) 등 상호인정 체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성과를 알리기도 했다.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는 EU의 CBAM 도입으로 인한 업계의 비관세장벽 부담이 커진 가운데 조속한 정부 대응 전략 마련과 전환기간 검증 대비 방법 안내, 시장 내 잘못된 정보 차단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일부 대형 철강사와 비철금속 업계는 중소·중견 협력사(원료 및 제품 대리 판매사, 실수요 고객 등)들의 CBAM 검증에 대한 대응 필요성 인식 및 준비 수준이 미비하다며 전 산업계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