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화례현 인근 해역에서 지난 3일 진도 7.4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 정도 지진은 원자폭탄 32개를 한꺼 번에 터트린 파괴력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이튿날까지 인근 지역에서 10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지만, 진도 7 이상의 강진이었음을 감안하면 인명피해가 적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6년 경주(5.8), 2017년 포항(5.4)에서 진동 5 이상 지진이 발생해 수백 명이 다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통계적으로 지난 40년 간 한반도에서 진도 5.0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총 10차례다.
경주나 포항 지진을 뉴스로 접했을 당시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안전한 곳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며 받았던 충격은 상당했다. 그런데 대만 지진은 경주나 포항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은 지진이다. 지질학회에서는 리히터 규모 진도 1이 증가할 때 지진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고 한다. 이는 리히터 규모 7의 강진이 규모 5의 지진에 비해 약 1,000배의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폭은 리히터 규모를 기준으로 규모 1당 10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리히터 규모 7은 규모 5의 약 100배의 진폭을 지닌다.
이번 대만 지진은 포항 지진에 비해 약 1,000배 강한 에너지가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전문가들은 1999년에 대만에서 일어난 규모 7.6의 대지진 이후 대만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피해를 막았다고 진단한다. 1999년에는 2,400명이 넘는 사망자와 10만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해 대만 사회를 패닉에 빠뜨렸는데, 이후 대만 당국은 지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대응과 훈련을 전담하는 기구를 신규 설치하고 건물에 적용되는 내진설계 기준과 특수 설비를 보완했다. 이번에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도 규모 5 수준의 지진이 관측됐지만 유명 건축물인 타이베이 101빌딩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대만 당국은 해당 건물 87층과 92층 사이 설치된 660톤의 강철 구체가 지진 당시 좌우로 움직여 건물의 진동을 흡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만은 현재 엄격한 건축 설계 기준을 적용하고 내진설계 강화를 원하는 건물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세계적인 지진 대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국토교통부의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축물 가운데 83.6%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전국 건축물의 10개 중 8개가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한, 공공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22.5%인 반면,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14.8%로 내진보강이 시급한 실정으로 조사됐다.
건축법상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대상 기준은 1988년 처음 정해져 2015년 3층 이상, 2017년 2층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지만, 신축건물에만 적용되어 기존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못했다. 국내 주요 철근 제조업체들은 내진철근을 생산하고 있지만, 의무대상 건축물 외에는 좀처럼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물며 지난해 인천 검단지역 아파트에서는 철근을 넣지 않아 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밤 11시가 넘어 작업이 없던 시간이어서 천만 다행히도 인명사고가 없었지만, 순살 아파트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전국의 아파트 건설현장에 대한 일제 감리가 진행되어 유사한 시공사례가 상당 수 적발된 바 있다.
우리도 대만처럼 내진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22년부터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사비 지원을 신청하거나 지원한 실적은 손에 꼽힌다고 한다. 세계에서 최고로 안전하고 튼튼한 내진 강재를 만들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내진설계 적용, 내진 강재 사용이 더 많아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