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바이든 생각이 옳았다

황병성 칼럼 - 바이든 생각이 옳았다

  • 철강
  • 승인 2024.05.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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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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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업계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이웃을 잘못 둔 탓에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이웃을 잘 만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하니 딱하다. 중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들은 지금 엄청난 물량의 철강재를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내며 폐를 끼치고 있다. 싸구려 제품이 대부분이다. 국산 철강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글로벌 철강업계도 공급과잉을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그러나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오만함으로 세계적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현재 7.5%에서 25%로 3배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유가 있다. 중국산 철강재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싸구려’를 앞세워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의 물을 혼탁하게 흐려놓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책이 재선을 위한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지만 우리는 중국 편을 들 수 없다. 같은 처지인 미국 입장을 더욱 존중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산 싸구려 철강재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의 물량 공세가 심화한 것은 자국 내 건설경기 악화로 내수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물량을 저가로 ‘밀어내기 식’ 수출을 하면서 문제는 비탈길의 눈덩이가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철강 수출이 1억 톤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2016년 이후 8년 만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미 1분기 수출이 2,500만 톤을 넘기며 탄력이 붙었다. 여기에 중국산 철강재가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공급과잉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시장에서 더욱 활개를 칠 것이 분명하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사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 눈으로 실감한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철강재 수입은 402만 5,000톤이었다. 이 중 228만 2,000톤이 중국산이다. 절반이 넘는 높은 비중이다.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판재류 수입이 148만 1,000톤으로 6% 증가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중 후판 수입이 13만 톤을 웃돌았다. 후판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수입 증가가 수익성 방어에 큰 위협이다. 타 철강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문제는 저급 중국산 철강재가 불량제품을 생산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공급과잉에 대한 세계적 원성이 높아지자 중국철강협회가 부랴부랴 감산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을 신뢰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들도 중국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악화시킬 변수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철강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시멘트, 건설기계 등 타 산업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골칫거리를 끝임 없이 야기하는 저들이 공공의 적이 된 이유다. 그 불똥을 맞은 우리 업계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지만 해법 찾기는 산 넘어 산이다. 고부가 제품 생산 등에 사활을 걸지만 성과가 미흡하다.

이러한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고부가 철강 소재 개발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등 원가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대표 회사가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R&D 비용은 6,1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최근 3년간 매년 약 1,000억 원씩 늘렸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2,540억 원을 투입했다. 다만 이 같은 투자가 대기업에 국한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두 회사가 투자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에 방점이 찍힌다.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 사업기반을 확충하고 탄소중립 로드맵 완성이 목표다. 이에 탄소배출을 줄인 제품 생산과 제철기술 등 혁신기술 개발로 경제성 있는 저 탄소 공급체제 실현이 궁극적인 목표다. 친환경 전환을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저가 물량을 앞세운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초 격자 전략이기도 하다. 기대가 큰 것은 그 꿈이 크기에 꼭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철강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수요가의 협조도 필요하다. 국내 시장은 수입 철강제품이 30% 이상 점령하고 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 간절한 것은 국산을 애용하는 수요가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은 이익을 우선하는 자본주의에 배치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산업 생태계가 튼튼해야 경제도 살고 국가도 산다. 수입재가 그것을 대신할 수 없음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과 같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극단적인 대책이 최후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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