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과 비철금속산업은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제조업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산업으로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산업의 쌀’인 철강과 비철금속 제품을 생산해 기계, 자동차, 건설, 조선, 전자 등 모든 산업에 소재를 공급함으로써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기간산업이다.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끄는 주력 산업이기에 한데 모여 서로의 노고를 기억하고 그간의 성과를 축하하는 기념 행사가 매해 펼쳐지고 있다. 철의 날은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것을 기념해 6월 9일, 비철금속의 날은 장항제련소에서 최초 동광석을 녹여낸 날을 기념해 6월 3일로 지정돼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해 철의 날과 비철금속의 날 기념식은 같은 날인 6월 3일 오전에 진행된다고 한다. 비철금속의 날은 지정일에 열리는 것이지만, 철의 날은 일 주일 여 앞에 진행되는 것이다. 기념일이 공휴일인 경우 행사가 조정되기는 하지만 올해처럼 앞당겨지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철의날 행사가 앞당겨진 이유는 산업 주무부처 장관의 참석에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쉬운 점은 행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철강협회와 비철금속협회 간에 소통이 전혀 없었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일정 조율도 없었다는 점이다. 각 협회에서 주관해서 진행하는 개별행사지만 산업부에서 다루는 산업의 기념행사를 같은 날 동시간대에 진행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비철금속 업계가 홀대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하다.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은 시장 규모나 국민경제 기여도, 산업유발 효과, 고용인력 등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산업 모두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다. 주력 산업은 말 그대로 나라나 지역, 회사 등지에서 특히 중요시하여 온 힘을 기울이는 산업을 말한다. 생산량 기준으로 철강은 세계 6위, 비철금속은 세계 9위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양 산업은 때로는 소재로서 경쟁하지만 상호보완적인 특성을 지녀서 산업부에서도 한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매년 연례적으로 산업 기념일 행사가 진행되고 유공자 포상도 이뤄지는데, 철강과 비철금속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처 참석자도 철의 날에는 장관이 주로 참석하는 데 반해 비철금속의 날에는 차관 이하로만 참석해왔다. 유공자 포상에도 큰 차이가 있다. 국가 포상제도 가운데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산업훈장이 수여되는데, 주어지는 훈격은 금탑, 은탑, 동탑, 철탑, 석탑이 있고 거의 모두 금속에서 이름을 따왔다. 산업훈장의 이름이 모두 금속에서 따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비철금속의 날에는 훈장은 수여되지 않는다. 반면 철의 날에는 은탑산업훈장부터 수여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비철금속 유공자에게 산업포장이 수여됐지만 올해는 다시 대통령표창이 최고 수훈이다. 대신 국무총리표창이 한 명 더 추가됐다. 그마저도 2017년까지는 최고 수훈이 산업부장관표창에 불과했다.
물론 대통령표창, 장관 표창이 형편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세계 9위의 비철금속 생산국이자 6위 소비국인 우리나라 산업의 위상에 비해서는 여전히 초라해 보인다. 산업 자체는 중요하지만 큰 상은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렇게 차이가 있는 것은 정부의 포상은 일정한 규모가 정해져 있어서 새롭게 훈장을 주는 경우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강과 비철금속이 엄연히 다른 산업이고 각 기념일도 다르게 구분돼 있지만 정부 포상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산업의 차별성을 알지 못하고 철강산업과의 포상 총량을 거론하며 수훈을 제한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비철금속 정부포상이 한 단계 높아진 것도 철의 날에 배정된 훈격 일부를 전환한 편법에 불과하다.
산업 규모는 다르지만 철강과 비철금속은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공헌도는 분명히 서로 다르다. 산업 공급사슬망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분명히 다른 잣대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