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車강판 여기 다 있네"…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재발견

"우리나라 車강판 여기 다 있네"…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재발견

  • 철강
  • 승인 2024.05.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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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순천=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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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전남에 위치한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사무동 로비에 들어서자 45도로 기울여 놓은 그랜저 프로토타입이 보였다. 우측 편에는 센터필러, 휀더, 도어인너 등이 해체돼 전시돼있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시그니처 제품은 자동차 강판이다. 식품 제조업계에 시그니처 메뉴가 있듯 철강 제조업계도 저마다의 주력 제품군이 있다. 순천공장은 자동차강판을 내놓은 것이다.

전시 공간은 최소한으로 꾸며져있었다. 전시품들은 유리와 바퀴, 색감이 부여되지 않은 민낯과 같은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 전시는 화려해야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외부적 요란함 없이도 소재만으로도 품질과 안전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 현대제철의 냉연역사가 시작된 곳


 

현대제철 순천공장 내부 사진./ 현대제철 제공

1999년 설립된 순천공장은 약 25만평 부지에 단일공장으로 이뤄졌다. 축구장 125개에 달하는 크기에서 약 200만톤의 냉연제품들을 생산한다.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인 120만 톤 규모의 연속소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단일 냉연 공장으로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은 현대제철 냉연 제품들의 성지(聖地)다. 순천공장은 현대제철의 첫 번째 냉연공장으로 국내외 생산시설의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당진제철소가 냉연 생산을 막 시작할 즘에는 순천공장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파견돼 최적화된 조업과 생산 노하우를 이식하기도 했다. 또 2013년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 사업 부문이 분할합병을 거친 후에는 자동차용 강판에 특화된 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성지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초 기술과 양산, 업그레이드 등이 모두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순천공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외판용 GA(합금화아연도금강판)의 국산화를 실현한 역사적인 공장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은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외판용 GA강판 양산에 성공했다. 개발 성공으로 전량 수입산에 의존하던 이층도금강판의 기술 종속으로 벗어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특히 당초 개발된 강판 가격은 수입품 대비 저렴해 원가절감은 물론 국내 완성차 업계의 소재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순천공장은 현대제철의 등대 공장으로 회사의 미래를 혁신으로 이끌고 있다. 순천공장은 지난 2020년 연속압연공정(TCM)의 설비 강건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제철의 '제1호 혁신 명소' 선정됐다. 작업장 환경과 함께 설비 성능을 저하하는 불합리적 요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롤 마크(Roll Mark, 제품 압연 시 표기된 자사 고유의 표식)로 인한 품질 부적합을 개선해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관계자는 순천공장이 굳건히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로 "외부적 개선이 아닌 자발적 개선과 내부 결속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자가 본 공장 현장에서도 기본적인 설비의 청결도는 매우 높았다. 또 각 공정별 대시보드에는 조업 목표 외에도 설비 품질에 대한 종합 지표와 함께 개선사항 등이 빼곡히 적혀져있었다. 이들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은 지역 인력 채용으로 조업 인원을 꾸려왔다. 또 설립 초부터 수십 년간 현장직과 사무직이 함께 워크숍과 유럽 기술 견학 등에 참여하는 등 기업문화에서 내부 결속력을 단단히 해왔다. 또 조업자들의 대부분이 지역민들로 동료 간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내 가족, 내 현장이라는 자발적인 근무 마인드가 강한 사업장이라는 게 현대제철 순천공장 측 설명이다. 


○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공장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생산된 도금강판 제품./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도금강판 제품./현대제철 제공

"당사의 품질 관리 지표는 좀 다르다. 주문 수율이나 불량률 등으로 정량적 평가를 하기도 하고 실수요가들의 피드백을 받은 결과들을 최대 반영한다. 불량률을 굳이 얘기하자면 GA기준으로 1% 정도다."

"상업화를 시작한 이래 수주는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외판 품질로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고 확신한다."

순천공장은 자동차 강판 제조사로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공장으로 유명하다. 이 곳만의 제조비법은 무엇일까. 완벽한 1톤의 자동차강판이 나오려면 프리멜팅, 지그재그 검사, 로봇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비결이었다. 즉 도금을 잘 녹인 뒤 제대로 부착하고 수준 높은 검사까지 마쳤을 때 완벽한 차강판이 나온단 얘기다.

순천공장 투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3CGL 도금라인 부스 안에서 한쪽 벽을 가득 덮은 대형 스크린들이었다. 여러 화면으로 나뉜 스크린 가운데는 아연도금욕의 온도와 도금 부착량 등을 조정하는 실시간 정보가 표시됐다. 또 유리창 너머에는 로봇팔이 도금욕을 휘젓고 있었다. 20℃의 대기온도와 450℃의 아연욕 온도 간의 극명한 차이로 징크와 산소분자가 확산돼표면에 달라붙는 결정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현장의 도금 전문가들은 여러 모니터를 번갈아보며 도금 조업의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데 분주했다. 특히 도금 섹션에는 소재 투입, 산세, 소둔 등 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몰려있었다. 자동차강판 조업에서 도금 공정이 가장 핵심이 되는 만큼 인력들을 한 곳으로 집중 배치해놓은 것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3CGL 설비./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3CGL 설비./ 현대제철 제공

3CGL은 순천공장의 최신예 설비다. 설비가 가동을 시작한 지는 약 7여년 밖에 안됐다. 철강 설비들의 평균 연식이 20년 이상임을 감안한다면 젊은 설비다. 

이 설비는 국내 자동차 강판 제조 기술을 총집합한 최고의 설비로도 꼽힌다. 설비 투자 목적 자체가 고부가가치 자동차강판 사업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전략적 배경 아래서 탄생한 설비인 만큼 기존 1CGL과 2CGL설비와는 다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관계자는 3CGL의 차별점으로 도금 공정을 꼽았다. 그는 "3CGL의 경우 기존 설비와 비교해 강도 높은 조업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표면 품질이 생명인 자동차강판을 제조하는 장소인만큼 프리멜팅과 로봇팔 설비를 통해 도금욕에서의 생성된 석출물(드로스) 발생을 최소화하는 한편, 수평수직 검사 설비로 깐깐한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CGL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포장도 스페셜하다. 해당 제품들은 전량 자동 포장설비(APL)로 보내진다. 

APL 설비는 자동포장라인 설비로 지난 2017년 도입됐다. 이 설비는 순천공장의 연속소둔(CAL)과 3CGL, 정정라인(4RCL)의 제품 포장을 전담하고 있다. APL의 현재 가동 능력은 연산 100만톤 규모로 순천공장의 전체 제품 생산 200만톤 중 절반 규모를 처리하고 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관계자는 "고객사에 제품은 물론 높은 포장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3CGL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요구하는 도금강판 납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포장 품질을 제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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