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산 STS 냉연 수입, 中·印尼·臺 반덤핑 제재 이후 ‘6,000%’ 이상 급증
정부 30일 '조사개시' 발표 ...업계 “물량 증가세와 가격 감안하면 관세 부과 못피할 것”
유럽연합과 미국도 베트남 STS 냉연에 대해 덤핑 조사 진행 중...베트남 당국 “조심하라”
국내 스테인리스(STS) 업계가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간압연강판(STS CR)에 대한 반덤핑 조사 청원에 나선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5월 30일 정부는 해당 청원에 기본 내용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여 '조사개시'를 발표했다.
아울러 최근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도 베트남이 사실상 중국, 인도네시아산을 우회 수출하는 경로로 쓰이는 것이 아니냐며 반덤핑 조사에 나선 가운데 베트남 당국에서도 각국의 반덤핑 조사를 경계하고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포스코 등 주요 국내 스테인리스 제조사가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코일 및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청원을 산업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무역위원회는 5월 30일, 정부 관보를 통해 청원 내용의 타당성을 받아드려 베트남산 STS CR에 대해 덤핑 사실과 국내산업피해 유무를 조사하겠다고 '조사개시'를 선언했다.
조사 대상은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조된 냉간압연강판으로 세부 강종과 형태, 폭·길이·두께, 표면처리 여부, 트리밍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대상 기간은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으로 덤핑 사실 조사와 국내산업피해 조사의 기준이 된다. 무역위원회는 조사개시 관보를 개시한 30일부터 3개월 간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잠정 관세 여부를 확정한 뒤 3개월 간 본조사(연장 가능)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 베트남 공급사로는 용진금속(Yongjin Metal Technology)과 TVL joint stock company, TVL steel production and construction joint stock company 등 현지 스테인리스 제조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무역위 질의서 답변과 현지 조사, 공청회 참석 등의 과정에서 입장을 밝힐 기회를 갖는다.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강판은 우리 정부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등 기존 주요 덤핑 발생국에 제재를 가한 이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은 2011년에서 2021년까지 연 4천 톤 이상이 수입된 적이 없다가, 3개국 반덤핑 제재가 본격화된 지 1년 후인 2022년에 전년 대비 6,589.6% 급증한 5만5,457톤을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8만9,382톤까지 폭증했다.
더구나 올해 1~4월에는 3만8,657톤이 수입되며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베트남산 수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선 급증한 물량도 문제이지만 수입되고 있는 가격대도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산의 덤핑 시절처럼 시장 교란 수준의 가격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업계는 수입재가 3개국 반덤핑 제재 이후에도 국산과의 가격 차를 벌리고 있는 이유로 베트남산을 지목하고 있다.
베트남산 냉연강판이 3개국 제재 이후 증가한 것은 중국계 스테인리스 생산자인 용진금속이 현지 대형 냉연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로 분석되고 있다. 용진금속은 현재도 베트남에 연산 25만 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총 4개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스테인리스 열연 생산 공정이 전무하기 때문에 중국산 덤핑 스테인리스 열연강판이 베트남에서 냉연으로 재압연된 뒤 한국 등으로 저가 우회수출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용진금속은 베트남 스테인리스 생산 공장을 추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용진금속은 정밀 스테인리스 강대(stainless steel strip)를 연간 26만 톤 생산 공장 설립할 예정으로 연간 18만 톤 규모의 300계 2B 제품 생산 공정과 연간 8만 톤 규모의 300계/400계 BA 제품 생산 공정을 확보한단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의 한국 수출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유럽연합은 지난해 8월부터 베트남산 냉연강판이 인도네시아 및 중국산 물량을 우회수출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덤핑 및 보조금 조사(상계관세)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도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중국산 우회 수출지로 지목하며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통상 동향과 베트남산의 수입 추이 등을 감안하면 무역위원회의 베트남산에 대한 조사 개시와 예비·최종 덤핑방지관세 부과가 확실시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베트남 무역당국(무역구제청)에서도 자국 스테인리스 기업들에 한국향 수출을 주의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