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제강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건설용 강재 판매가 부진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본격적으로 감산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최근 동국제강은 연간 220만 톤의 철근을 생산하는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에만 가동하기로 했다. 전기로 야간조업이 처음 있는 조치는 아니지만, 과거 조치가 주로 전력피크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번 조치는 건설 경기 악화로 국내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업 시간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줄게 되는데, 좀처럼 국내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낮 시간의 절반 수준인 밤에만 전기로를 돌리는 야간 1교대 생산이 건설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로 제강업계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철근 소비는 줄었는데 생산은 늘었다.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철근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2.9%나 증가했다. 일부 제강사는 고정비 부담 등을 이유로 감산에 미온적이었고, 신규 업체의 진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산은 늘고 소비는 줄다보니 시중 재고는 급증했다.
지난 1분기 월평균 철근 재고는 약 66만 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급증한 것이다. 분기말을 기준으로 보면 약 50%가 늘었다.
이렇듯 시장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생산 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건설시장이 주 수요처인 전기로 제강업계 전체적으로 동국제강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동국제강의 야간 1교대 생산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미 여러 제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상시 야간조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철근 시장은 혼란 그 자체이다. 철근 시장은 공장 출고가격이 유통업체들의 판매가격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철근 유통가격은 톤 당 70만 원을 밑돌고 있는데, 이는 2022년 12월 말 100만 원에서 30%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유통 판매가격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로 건설 경기 불황 때문이다.
팔 곳이 적어지다 보니 업체마다 출혈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은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부동산PF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는데, 특히 신규 아파트 건설이 급감하면서 철강업체와 유통사에게 직격탄이 되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철근 공급 과잉은 업계 전체를 괴롭히는 문제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은 예정에 없던 인천공장 전기로 특별 보수를 2월부터 6월까지 진행 중이다. 철근 제조업체들은 각자 경영 상황에 따라 감산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제강사의 감산으로 철스크랩 시장도 동반하여 침체되어 있다.
건설은 철강 최대 소비산업이기 때문에 철근 뿐 아니라 철강재 전체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동국제강의 야간 생산체제 전환은 감산 조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게대가 건설 경기만 부진한 것이 아니고 품목 가릴 것 없이 저가의 수입 철강재는 국내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전기로 제강사뿐 아니라 철강업계 전체적으로 단기적인 수익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상생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