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이라는 키워드가 국내 경제와 산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았고, 코로나19를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최저치다. 외환위기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1.9%)에도 밀렸다.
국내 경제 성장의 부진으로 지난해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는 모두 역성장이라는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액 감소는 물론 수익성 방어에도 대부분 실패했다. 올해 역시 경영환경이 어려워 지난 1분기에도 온통 우울한 성적표를 냈고, 2분기 여건도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건설과 연관이 깊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올해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기는 단순히 전방 수요산업의 경기 변동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제반 경제여건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경영인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내수 부진은 차치하고서라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언제까지고 ‘우려’에만 그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올해 경영 환경을 ‘비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비용 절감과 한층 보수적 관점에서의 성장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마저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현재의 경영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 철강, 비철금속 제조업들의 과거 경영전략을 곱씹게 된다. 일부는 비용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가 하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자생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가 위기 속 해법으로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과거 산업계에는 10년 정도 주기의 수퍼 사이클이 존재했다. 그만큼 경기 변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여 효과적인 위기 탈출 해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의 환경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과거 우리 산업계의 행보가 현재 성장세가 둔화된 시점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비교적 간결하고 명쾌해 보인다. 현재의 두려움보다 앞으로의 성장성에 베팅한 CEO의 눈썰미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역사가 증명한다는 것이다.
철강왕이자 리더십의 대가로 불린 데일 카네기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고 한 말은 능력있는 리더, 경영인에게 필요한 가장 큰 덕목을 지목하는 것이다.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은 위기라는 단어에 더욱 익숙해진 듯하다. 불황이 걷힐 때쯤 되면, 불황 속에 분주히 움직이던 기업들의 행보는 진가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 대표주자들이 펼칠 위기 속 해법은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