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출범의 모태와 경제안보

EU 출범의 모태와 경제안보

  • 철강
  • 승인 2024.07.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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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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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유럽연합(EU)이 탄생한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철강과 석탄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을 막기 위한 데서 출발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1952년 프랑스 주도로 독일 등 6개국이 창설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EU의 모태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철강은 국가전략산업으로 통한다.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기초소재다. 철강이 흔히 ‘산업의 쌀’로 비유되는 연유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철강산업의 뒷받침 없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포항제철의 설립 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철강을 일으켜 나라에 보답한다)은 철강의 전략적 가치를 함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철강 생산을 밑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 제조업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자동차, 조선, 가전, 기계, 반도체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로 인해 1인당 조강소비량은 최근까지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철강산업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2016년에 1인당 조강소비량이 1,112㎏였으나 2022년에 990㎏로 감소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여파이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탈탄소화 압력 가중, 무역규제 장벽 강화 등으로 매우 빠르게 변화했다. 특히 각국 정부의 무역규제 장벽은 수출을 해야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 철강시장은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 멕시코에 이은 6대 강재 수입국이지만 무역장벽이 낮아 저가 수입이 급증하고 부적합 철강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지금처럼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철강제품은 모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수출국가여서 국가 경제 차원에서 고려해야할 요인이 많겠지만 철강산업을 위한 보호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하나의 산업군이 아니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 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철강산업을 지키려고 하는지, EU의 모태인 ECSC가 어떻게 출범하게 됐는지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제안보는 경제가 안보에 귀속된다는 것으로, 국가안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안보에 있어 경제적 역량은 상대국의 권력을 약화 또는 강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써 국가의 권력(power)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기존의 군사 안보에 주로 집중되었던 국가안보의 영역은 점차 경제 영역을 비롯하여 식량, 환경, 사회적 요인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각국은 경제안보의 논리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최소한의 방어책도 없다. 반덤핑 등 전통적인 무역구제 조치를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수입재에 대한 모니터링과 조강기준 원산지 관리, 국산 철강재 우대정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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