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더위야 물렀거라!

황병성 칼럼 - 더위야 물렀거라!

  • 철강
  • 승인 2024.08.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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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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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최고로 기다려지는 것이 여름휴가다. 짧게 사용하는 연차휴가와 달리 비교적 길게 쓸 수 있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부터 밤까지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야말로 휴가는 청량제와 같다. 이에 휴가철이 되면 계곡으로, 바다로, 해외로 저마다 계획에 따라 분주히 움직인다. 고단한 직장생활로 심신이 지친 직장인에게는 그야말로 꿀맛 같은 시간이다. 그래서 여름휴가가 유난히 기다려지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직장인들의 소중한 재충전 시간이기도 하다. 

올해는 역대 급 더위로 전국이 난리다. 여주시가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기록할 정도로 푹푹 찌는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야간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치는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에어컨이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다. 부채와 선풍기로 더위를 쫓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평상에 앉아 하늘의 별을 보며 옥수수나 수박을 먹던 여름밤의 낭만도 사라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지나친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에 보내는 자연의 경고이기도 하다.
 
휴가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계곡이나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휴가철이 되면 전국의 고속도로는 교통체증이 극에 달하고, 휴가지에는 바가지요금이 서민들의 지갑을 털어갔다. 그러나 생활이 풍족해진 요즘은 휴가 세태도 많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외국 여행이 일반화되었고,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신종 피서법이 생겨날 정도다. 호텔에서 휴가를 즐긴다는 것은 살림살이가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증거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엄두도 못 내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 떠난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리서치가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48.5%, 없다는 20.4%,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31.1%였다고 한다. 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30%), 비사무직(28.8%), 5인 미만(28.9%), 일반사원(29.5%), 임금 150만 원 미만(30.1%), 비조합원(21.2%)에서 높게 나타났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휴가 비용이 부담돼서’ 가 56.5%로 가장 높았다.  

우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실감한다. 이 결과는 대기업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영세업체 종사자들의 얘기다.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는 50% 이상이 비용 부담을 들고 있다. 침체한 우리 경제 현실이 휴가 발목을 잡고 있다. 높은 물가도 근로자들이 휴가를 가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이들이 대기업 근로자들을 보며 위화감을 갖지 않을까 걱정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지만 어둠을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딱한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여름휴가 일정을 회사가 결정하고 개인 연차를 소진하게 하는 등 여름휴가를 강제하는 것도 문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있을 경우 연차를 사용해 여름휴가를 일괄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다만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여름휴가 기간과 연차 일괄 사용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또 업장 운영에 지장이 없음에도 사용자의 연차 시기 변경권을 남용하거나 사업주의 여름휴가 사용 시기에 맞춰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모두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 법의 사각지대에서는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다.

8월 7일은 입추(立秋)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입추가 되면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예나 지금이나 덥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말복이 14일이니 그야말로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여름휴가도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절기상 입추는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다. 여름도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이 절기가 맞아떨어질 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지나갈 여름은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고, 누구에게는 무더운 고통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휴가가 있고 없음이 이것을 좌우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간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도 이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것이 맞다. 논리 비약일지 모르지만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각 개인이 처해 있는 사정에 따라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숨이 턱턱 막히는 올해 여름은 이러한 생각이 더욱 간절한 것은 소외된 근로자가 아직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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