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에스피네이처에서 레미콘 제조용 '분체' 시세보다 높게 구매"
75억 부당이득 지원 판단…정도원 회장 등 개인은 고발 제외
삼표그룹의 계열사 삼표산업이 그룹 회장 아들의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의 레미콘 원자재를 구입해온 것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위는 삼표의 에스피네이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116억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삼표산업을 고발하겠다고 8일 밝혔다.
에스피네이처는 레미콘의 원자재인 분체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아들인 정대현 부회장이 71.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분체는 시멘트를 만드는 천연 광물과 화학성분이 동일한 산업 부산물로, 레미콘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일반시멘트의 대체재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주로 제철소에서 나오는 고로 슬래그 파우더나 석탄화력발전소의 플라이 애시가 사용된다.
공정위는 삼표산업이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4년간 국내 분체시장 7~11%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물량을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단가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삼표산업은 에스피네이처와 연간 분체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일정한 공급단가로 거래하되, 비계열사에 대한 평균 공급단가와 비교해 가격차이가 4% 이상 발생할 경우 4%를 초과하는 금액을 연말에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는 공급단가를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설정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분체거래에서 단가차이를 발생시켰고, 4%를 공제한 초과분만을 삼표그룹에 돌려주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처가 거래에서 4%의 공짜 이득을 챙기며 삼표산업이 분체 구매단가를 유의미하게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해당 거래로부터 에스피네이처가 74억 9,600만 원의 추가 이윤을 챙겼다고 강조했다.
이는 에스피네이처의 전체 영업이익의 5~9.6%에 이르는 수준이며, 삼표산업과의 거래물량 역시 에스피네이처의 전체 매출액에서 31~39%를 차지하는 상당한 규모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삼표산업의 지원행위가 정대현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기반 마련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삼표산업의 지원행위를 바탕으로 에스피네이처의 영업이익이 높아짐에 따라 에스피네이처의 최대 주주인 정대현 부회장의 삼표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같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에스피네이처는 발생한 이윤을 바탕으로 삼표 및 삼표산업 유산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 그 결과 정대현 부회장은 삼표산업에 대한 직접 지분 5.22%, 에스피네이처를 통한 간접 지분 13.12%를 보유하게 됐다.
공정위는 이같은 거래 행위가 경영권 승계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동일인(정도원 회장) 2세 소유 회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 및 고발을 결정했다. 다만 정도원 회장과 정대현 부회장 등 개인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개인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위해서는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특정 개인에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