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상 관측 이래 최고’, ‘전례 없는 이상 기후’라는 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로 들려온다. 이상 기후는 우리나라에만 해당하지 않고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1년여 만에 다시 홍수가 발생했다고 한다.
유럽연합의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들어 지구 평균기온이 1991~ 2000년 평균보다 0.7℃ 높아져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이 2023년 이전에 시작됐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순제로에 도달할 때까지 이상 기후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이상 기후 현상이 심화할수록 철강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여 기후위기를 초래한 대표적인 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과 비철금속은 산업 현대화를 견인한 핵심 소재 산업이고, 앞으로도 사회를 발전시킬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인데, 기존의 생산 방식과 환경 문제,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압박 때문에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 환경 규제를 포함해 계속 등장하고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들은 아직 현실적으로 풀어가기 쉽지 않다. 뚜렷한 해법이 없으니 구체적 변화 노력에도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수소환원제철기술 등을 연구하며 제철 기술의 혁신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보다 국가적으로는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이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밀어붙이는 것은 역내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탄소장벽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재생에너지 관련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3.7%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성 문제로 화석에너지, 핵에너지 비중이 높아 9.2%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중국은 화석에너지 비중이 높지만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국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사실상 없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전력시장 개혁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시행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비용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배출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