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RI 박현성 원장 “경제안보 관점에서 철강산업 바라봐야”

POSRI 박현성 원장 “경제안보 관점에서 철강산업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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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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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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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 3대 위협 Overflow, Border, Carbon“
“기업은 혁신, 정부는 정책지원으로 협업체제 구축 필요“

국내 유일의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종합연구기관인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POSRI가 만들어 낸 많은 연구 결과물들은 포스코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 학계에도 중요한 레퍼런스 역할을 해 왔고, 우리나라 산업계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철강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에도 어려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난제가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OSRI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보인다. 박현성 원장을 만나 국내 철강산업을 둘러싼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올해로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창립된 지 30년이 됐다. 지나온 30년 동안 연구원이 국내 산업계에 어떻게 공헌했다고 평가하는가? 또한 향후 연구원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 1994년 6월 1일 민간종합연구소로 출범한 POSRI는 국내외 경제 위기와 경영 패러다임 변화 속에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그동안 POSRI가 만들어 낸 많은 연구 결과물들은 포스코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 학계에도 중요한 레퍼런스(reference) 역할을 해 왔다.

POSRI는 포스코그룹을 포함한 우리나라 산업계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최근의 급격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지경학적 혼란으로 한국 경제는 스톨 포인트(Stall Point, 일촉즉발의 임계점) 상황에 처해 있다. 즉,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며 주저 앉을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 낼지에 대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의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스코그룹도 지금 과거의 성공을 기반으로 또 한번의 성공 신화를 기록해야 할 어렵고도 중대한 사명을 안고 있다.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는 새로운 그룹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초일류를 향한 통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며, 여기에 POSRI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국 경제의 Thinking Partner, Business Navigator, Knowledge Creator로서의 역할에 매진해 나가겠다. 

■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강을 중심으로 산업 및 경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민간연구기관이다. 원장님도 오랫 동안 철강산업을 연구해 왔는데, 현재 국내 철강산업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탄소중립 시대의 생존’이다. 이 절체절명의 과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2가지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우선 철강산업이 탄소중립과 국제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저렴하고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공급망이 국가적 차원에서 신속히 구축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여건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불리한 지역에 속하는 데다가 석탄이나 석유와 달리 그린에너지는 비교우위에 기반한 무역으로 해결하기가 곤란하다. 전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수송하는 것이 경제성과 기술성 측면에서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등 신제철 기술혁신 인프라가 아직 대단히 미흡하다. 업계의 자체적인 기술혁신 노력만으로는 물리적 부담과 제약이 너무 크다. EU 사례에서 보듯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지원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탄소중립 영향력에 가장 취약한 국가임에도 그 절박함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 철강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지금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강량이 7천만 톤 이상, 영업이익률도 금리와 제세금, 투자를 감안하면 7% 이상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조강생산량은 2018년(7,200만톤)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철강업계 평균 영업이익률도 2~3%대로 추락한 위기 상황이다.

더 큰 위협은 전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3대 위협은 중국과 일본 수입재의 내수교란에 따른 ‘Overflow threat’,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보호무역 주의로 인한 ‘Border threat’, 점점 더 높아지는 탄소장벽으로 인한 ‘Carbon threat’로 보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이 지금 당면한 위협을 이겨내고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 일본처럼 국가와 기업의 전향적인 협업(Collaboration)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 혁신과 정부의 정책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한국은 1인당 조강소비량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세계 1위다. 하지만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철강 소비 감소도 불가피하다.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가?

= 1인당 조강소비량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경제구조가 제조업 중심의 수출 경제이기 때문에 제조업의 성장과 함께 철강 소비도 꾸준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1,112㎏을 정점으로 2022년 990㎏까지 감소하였고 향후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가 예상된다. 

철강소비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강재가 친환경 미래사회 구축에 필수소재이고,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경쟁력 있는 그린스틸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린스틸 공급 기반 속에서 미래 트랜드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2035년까지 글로벌 철강 수요는 1% 미만의 증가에 그치겠지만 전기차와 UAM, 하이퍼루퍼 등 신모빌리티 수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사회 구축에 따른 에너지 관련 수요, 메가시티 확산에 따른 강건재 수요 등은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적합한 강재를 개발하여 공급한다면, 소비 감소 속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세이의 법칙(Say’s law), 즉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 자연스레 국내 산업계도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인데, 공급망 사슬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미래 메가트랜드에 맞는 철강제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개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철강 수요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수요산업 니즈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 변화할 것인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 스스로 미래 수요에 대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물론 영세한 기업이 이런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국책 연구기관에서 도와줘야 한다. 

가정이 전제가 된 이야기지만, 만약 지금처럼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철강제품은 모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급망 사슬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수입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대응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중국과의 경쟁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제 3국 시장에서도 불가피하다. 중국과 가격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이 아니라 기술로 승부하는 고품질의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철강산업의 인텔리젼트화를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동시에 중국보다 한발 앞서 친환경 경쟁 우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 철강 무역규제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국내 산업을 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 한국은 6대 강재수입국(1,500만 톤 이상)이지만 무관세, 반덤핑 제소의 제한적 사용, 상계관세 사용 전무, 수입 모니터링 제도 미운용 등 무역장벽이 낮아 저가수입이 급증하고 부적합재가 지속 유입되는 등 불공정한 경쟁 상황에 있다. 

우선 반덤핑·상계관세 등 전통적 무역구제 제도 활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과의 이해관계, 철강사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인접국의 잉여물량이 한국으로 지속 유입되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책 마련은 필요하다. 

다음으로 수입재에 대한 모니터링 실시와 조강기준 원산지 관리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 EU 등은 원산지를 보다 정밀하게 식별하여 중국과 러시아산의 우회수출을 차단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수입강재의 쇳물 출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 232조 협상시 한국의 미국향 철강수출에서 조강 원산지 정보를 포함한 MTC(Mill Test Certificate, 품질검사증명서) 부착 의무화와 중국산 반제품 사용을 지양키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국산강재 우대정책 및 인센티브 부여책을 마련하여 국내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본다. 철강산업 기반이 약화되어 수입재 의존도가 커질 경우 수요산업의 경쟁력 저하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 산업계 내에 다양한 공급망 사슬이 얽혀 있고 그 속에서 여러 갈등 요인들이 부각되고 있다.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 사슬의 강건화를 위해 제언한다면?

= 너무나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체들이 공급망 사슬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입장 차이도 크다. 하나의 답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안정적 공급망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국가의 경제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기 보다는 지경학의 시대, 국가의 경제안보라는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산업생태계와 안정적인 공급망 사슬 구축이 중요하다.

특히 철강은 공급망 상단(upstream)의 기초소재 업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저품질 저가 수입제품이 공급을 잠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최종 제품의 신뢰도와 품질을 약화시켜 국내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만약 우리의 상공정 기반이 크게 약화되어 저가 중국산에 우리의 공급망이 장악된다면, 지금은 값싼 가격에 살 수 있는 환경이지만, 앞으로는 아주 비싼 가격 구매해야 하거나 비싼 가격을 주고도 구매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번 요소수 사태때도 경험했고, 일본도 희토류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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