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절단·가공하면 구별 불가능”…정품으로 둔갑한 열연 수입대응재

[이슈] “절단·가공하면 구별 불가능”…정품으로 둔갑한 열연 수입대응재

  • 철강
  • 승인 2024.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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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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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이 불안하니…“고객 속여 수익 내기”
추적 관리 사실상 불가…수입대응재의 정품 둔갑 대세 될까 우려

철강 가격이 약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시장에서 정품 열간압연강판과 수입대응재(GS 강종)를 섞어서 판매하거나, 수입대응재를 정품으로 둔갑하는 행위가 다시금 등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재 특성과 가격 동향을 상세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수요가에게 열연강판 정품의 가격을 시중 가격 대비 소폭 낮게 제시한 뒤, 수입대응재를 판매하거나 정품과 섞어서 출하하는 방식이다. 

철근과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의 경우 수요가인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세심하게 이뤄지며, KS 인증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다. 

건설용 철강재의 특성과 제조사 등 세부 특징은 맨눈으로 확인하기 쉽다는 특징도 있다. 이에 건설용 철강재 시장에서 부적합 철강재 및 비KS 인증 수입재의 섞어팔기 및 사용은 상대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적다. 

반면 기본 소비재로 취급받는 열연강판의 상황은 다르다. 정품과 수입대응재의 사용을 규정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하며, 열연코일을 가공하면 정품과 수입대응재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가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정품인지 수입대응재인지 알 수 없다”라며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우며, 말 그대로 뒤통수 맞기 좋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 시황이 불안하니…“고객 속여 수익 내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입대응재의 정품 둔갑, 정품과 섞어 파는 행위는 2차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행위는 중국산 수입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수입대응재의 역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제철 열연 제품. 현대제철 제공.
사진은 현대제철 열연 제품. 현대제철 제공.

각 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출하된 열연코일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제조사 소속 주요 코일센터에서 가공된 이후 다시금 출하된다. 해당 단계에는 밀시트(검사성적서) 등을 통해 정품과 수입대응재를 구별해 관리가 가능하다.

다만 이후 2차 유통으로 넘어온 절단 및 가공된 열연 제품은 정품과 수입대응재를 구별하기 어렵다. 철강업계는 대규모로 물량을 매입하는 경우 정품과 수입대응재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그 외 경우에는 구별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2차 유통업체 대표는 “현재 취급하는 물량 중 수입대응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GS 강종의 목적은 수입 대응인데, 8월 중순 이후 400달러대의 오퍼가격으로 인해 정품 외에 수입대응재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품과 GS 강종을 특별하게 구분하지 않는 수요가에게 수입대응재를 정품으로 둔갑하거나, 제품을 섞어서 판매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특히 하반기 내내 중국 철강업계의 오퍼가격이 400달러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품과 비교해 수입대응재 가격을 향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부 유통사들은 정품과 수입대응재을 섞어서 판매하며, 정품 유통가격에서 일부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품과 수입대응재의 유통가격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품 가격 대비 소폭 저렴하게 가격을 제시하거나 대응재와 섞어서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 중이다”라며 “수요가도 정품을 싸게 구매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상 구매한 제품 가운데 정품이 아닌 수입대응재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통업체 대표는 “이러한 판매 행위가 시장의 분위기를 해당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추적 관리 사실상 불가…수입대응재의 정품 둔갑 대세 될까 우려 


철강업계는 가공된 열연 제품의 특성을 시장에선 사실상 구별할 수 없으며, 이러한 행위가 지속된다면 피해는 정품을 취급하는 곳과 사용자, 일반 국민이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안전과 관련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 분야는 정품과 수입대응재를 두고 장난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며 “건설강재와 달리 코일상태에서 가공을 마친 열연 제품은 엔드유저가 정품과 수입대응재를 구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정품 대비 성분적으로 열위한 수입대응재가 정품으로 둔갑해 사용된다면 피해는 일반 국민도 함께 입게 될 것”이라며 “관련 제품의 품질 다운그레이드 역시 심히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둔갑 및 섞어 팔기에 대한 책임 회피 수단도 떠오르고 있다. 수요가의 요구에 맞춰 ‘국산’을 공급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철강재를 달라 주문하면 정품이 아닌 수입대응재를 판매하는 것이다”라며 “또한 맨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없는 부분을 악용해 출하 과정 중 일부 혼선을 핑계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계자는 “결국 정품을 취급하는 업체와 사용자, 국민이 피해를 받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포스코 열연 제품. 포스코 제공.
사진은 포스코 열연 제품. 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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