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기술자가 핏대를 세우며 항변한 이유

베테랑 기술자가 핏대를 세우며 항변한 이유

  • 철강
  • 승인 2024.09.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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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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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인 이제중 부회장이 지난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전형적인 기술쟁이다. 현재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한 데에 상당한 공로가 있다는 것이 그에 대한 사내외 평가다. 

그는 대기업 최고 임원이지만 항상 소탈하고 겸손하며 명문과 합리를 중시한 인물이다. 비철금속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나기를 항상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자청해 기자회견을 한다 하니 직접 목격하고자 현장을 찾았다. 최근 경제 뉴스의 중심에 있다보니 수많은 기자들이 운집해 서있기조차 어려웠지만 처음 느껴보는 그의 단호한 말투와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오랜 동업관계가 사실상 무너지며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4~5년 전에 불거진 석포제련소 환경 이슈와 이에 따른 유해 폐기물 처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본격적으로 표면화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영풍이 석포제련소에 쌓여 있는 막대한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대표이사였던 현 최윤범 회장이 반대하자 동업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카드뮴 처리를 비롯해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고 이밖에도 대주주로서의 부당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형진 고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심각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업사냥꾼인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영풍이 거의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고 심지어 인원 감축까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짚었다.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공개 매수에 나섰다는 MBK파트너스의 주장이 오히려 영풍에게 더 적합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으로 비춰졌다.

이어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라면서 “적대적 M&A가 성공한다면 세계 1등의 비철금속 제련사업은 물론 그동안 고려아연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고,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확보 이후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신성장 사업 투자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돈만 쫓는 투기자본 세력을 믿지 않는다. 고려아연이 성장하기까지는 오너가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MBK는 결코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 경영권이 넘어가면 경쟁력 저하가 뻔하고 그런 상황이 오면 모두 그만 두겠다”고 힘주어 강조하며 현 경영진과 운명을 함께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용퇴까지 불사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말은 어찌 보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를 피땀으로 일궈온 나이든 임원이 회사가 풍전등화의 위험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최후의 항변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제련업체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 기업이다. 서구권의 제련소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세계 1등 기업이 된 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경영진의 능력과 하나로 똘똘 뭉친 임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런 기업에 대해 경영구조가 부실하다고 하는 사모펀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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