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취득한 자기주식 전량 소각키로…최윤범 회장 "주주가치 확고히 높인다"
투자자들에게 호재…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피해 없이 고려아연에 전부 매각 가능
4일 오전장 중 주당 76만 원 돌파…영풍·MBK 매수가격 높일지 촉각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4일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핵심은 단1주라도 응모주식 전량을 다 매수한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장에서 고려아연 주식은 주당 76만 원을 넘어서며 영풍·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을 상회하는 것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83만원에 최대 18%의 지분을 취득한다. 최소 매입수량 조건이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추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질 필요없이 보유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매각할 수 있게 됐다.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83만원으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시한 가격(75만원)보다 8만원(10.7%) 높다. 최대 취득 지분도 18%(고려아연 15.5%, 베인캐피탈 2.5%)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최대 취득 지분인 14.61%보다 높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명확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안긴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가격이다. 투자자들은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에 응하면 주당 8만원의 이익을 더 올릴 수 있다. 고려아연 일반투자자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인 점을 감안하면 기간투자자로서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안길 기회를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모두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의 유통 물량을 20% 초반대로 파악하고 있다. 대형 연기금 등의 물량을 제외하면 투자자들은 보유 물량 대부분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넘기고 충분한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고려아연이 ‘최소 매입수량’ 조건을 없애면서 투자자들은 일부 물량을 공개매수로 매각하지 못해 추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도 완전히 없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위해 투입하는 자금은 총 3조1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이 약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탈이 약 4,000억원을 부담한다.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은 기존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마련하고, 1조2,000억원은 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마련한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FI)로만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한다.
고려아연은 향후 취득한 자기주식 전량(최대 지분 15.5%)을 소각한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자기주식 매입 결정은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와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진심을 담은 결정"이라며 "취득하는 자기주식은 향후 전량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확고히 높이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과 상법 등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이 취득할 수 있는 자기주식 규모는 최대 6조987억원이다. 대법원은 기업이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백하게 판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법원은 지난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법과 판례에 의해 이미 확립된 점을 재확인했다.
다만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위법일 뿐 아니라 배임에 해당한다며 가처분 재판부의 판결내용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법원, 같은 재판부에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법원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일단 법적 소송부터 걸고, 아무 실체와 근거가 없는 사실을 마치 공방이 있는 것처럼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시세조종성과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 진정 등 형사조치도 진행했다.
한편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대항매수가 시작된 4일 주식시장에서 고려아연 주식은 12시 51분 기준으로 전일 종가 대비 7.65% 오른 주당 7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MBK의 공개매수는 4일까지인데, 오전장에서 목표가격을 넘어섬에 따라 매수가격을 추가로 올릴 지 여부가 주목된다. 매수가격을 추가로 올리면 매수기간도 열흘가량 연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