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의지 부족한 철강업계

소통 의지 부족한 철강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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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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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윤철주 기자 cjyo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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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기자는 개인적으로 답답한 마음에 연차를 사용하며 새벽 제주도행 첫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집 근처 출발하는 목요일 4시 첫차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버스는 좌석을 꽉 채워 나에게 왔다. 더군다나 서서 출발한 지 2~3개 정거장 만에 입석승객도 꽉 차 초만원 버스가 됐다. 평일 새벽 4시 버스에 서서 가기도 벅찰 정도로 버스가 가득 찬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버스를 채운 이들은 다름 아닌 우리 내 50~60대 정도의 어머님, 아주머님들이었다. 새벽부터 식당 일과 건물 청소, 시장일 등을 보기 위해 조조할인이 적용되는 첫 버스에 그 많은 사람이 타고 있던 것이다.

아주머니들은 서로 잘은 모르는 사이지만 매일 첫차를 같이 타기에 서로 아는 사이들로 보였다. “안녕하세요 신길동 왔어요”, “오랜만이네요 보문댁”처럼 탑승 지역을 이름처럼 사용하며 앉은 사람이 다른 이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안부와 일자리 정보 등을 나누며 새벽 버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자주 얼굴을 본다’. ‘작은 호의를 보인다’  ‘말을 건다’. 소통이란 게 별것이 아닌 걸 새삼 깨달아 또 한 번 놀라게 됐다. 

그 순간 같이 떠오른 곳이 철강업계였다. 해마다 철강 현황을 다루면서도 소통을 위해 열리던 철강업 신년 인사회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참인 2020년에도 열렸지만 엔데믹 이후까지 소통의 창이 닫혀있다. 이젠 코로나 때문에 안 열린다는 이유는 궁색한 핑계로만 여겨진다. 

그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내에서는 규모를 가리지 않고 소통의 길이 닫혀 있다. 대형 철강사들은 단순히 만나기만 하더라도 담합을 의심하는 규제 당국 때문에 실무자 간 만남을 회사 차원에서 막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관·업체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이곳저곳에 갈등 소식이 들려온다. 중소 철강사 사이에서도 서로 간 가격·신용 문제 등 지난 과거를 들먹이며 소통을 피하는 경우를 왕왕 목격하고 있다. 철강전문 기자가 업계 간 소통 창구가 되니 직업적 이해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덤핑 문제에도 한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는 구조, 신수요와 미래 먹거리 발굴, 대내외 규제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시기에도 서로를 이해하지도, 소통하려고 하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할 때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더 답답할 때가 많다. ‘인사·호의·만남’ 간단한 것들부터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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