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철강협회는 제조업 부진과 주택 건설 침체의 여파로 2024년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 수정치를 크게 낮춰 잡았다. 올해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0.9% 감소한 17억 5천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기존 1.7% 성장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특히 중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수요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본 반면에 인도는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연이은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후 철광석 가격이 다시 올랐고,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은 잇달아 금리를 낮췄다. 10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나온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세계 철강시장에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로 인해 원료와 철강제품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며 잠시나마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의 부양책이 구체적인 내용이 빠지고 시장의 체력을 온전히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현재 철강 시장은 다시금 갈팡질팡하는 혼란에 빠져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하 소식은 투자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철강업계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오히려 내수 수요 부진과 수입산 유입 증가로 가격 압박이 심해졌다. 제강사들은 감산을 강화했지만,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철강 제품 가격은 10월 들어 2만 원가량 하락했다. 철근 가격을 톤 당 85만 원으로 끌어올리려던 시도도 수요 부족으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요 제조사들이 11월 제품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는데, 중국 시황 다시 꺾인 현 상황은 자칫 가격 인상 시도가 다시 무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철강업계에 장기 불황 그림자가 드리워진 지 오래다. 무엇보다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이 저가로 대량 유입되며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면 완제품 가격 역시 내려야 하는 악순환에 갇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과 한국 간 경쟁의 심화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생산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고, 이렇게 기울어진 저울을 바로잡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강사들은 감산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지속적인 수요 침체로 인해 감산의 효과도 미미하다. 이로 인해 현재 철강업체들의 최대 목표는 매출과 이익 확대가 아니라 손실 최소화에 있다. 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생존 전략이 필수적이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고금리와 고물가에 눌려 움츠렸던 소비가 조금씩 풀릴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그 회복은 여전히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은 기본적으로 경기 순환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온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이 침체기를 어떻게 버텨내느냐에 달렸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각 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생산 효율성 극대화와 비용 절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감산과 효율화, 손실 최소화가 단기적인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인 반면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친환경 전략은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