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30일 조업정지 확정…영풍, 지자체와 가동중단 일정 협의 중
도금 및 합금 원료 공급난 우려…아연 수출 줄이며 재고 비축
수출 중요한 시장, 공급난 장기화 시 해외 고객사 이탈 우려
추가 환경 제재 가능성도 높아
물환경 보전법 위반으로 1개월30일 조업정지 처분에 반발하며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던 영풍 석포제련소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기각 판정을 받으며 가동 중단이 현실화 되고 있다. 여기에 또다시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추가로 받을 것으로 보이는 등 환경 이슈에 따른 석포제련소의 생산 차질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국내 공급망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현재 영풍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부터 조업정지 처분이 시작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로(furnace)를 운영하는 제련소가 조업을 중단하면 생산을 다시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관련업계에서는 2개월의 조업정지가 이뤄지면 추가로 1~2개월의 정상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능력은 연간 40만 톤인데, 그동안 80% 수준의 가동률로 32만 톤가량을 생산해 왔다. 2개월의 조업정지와 생산 정상화에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10만 톤 이상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연은 일반적으로 철강재의 보호피막용으로 사용되며, 강관, 강판, 철선 ·철구조물 등의 소재에 도금용으로 사용된다. 이외에 다이캐스팅과 동합금용 원료로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연은 철강, 자동차, 가전, 전기, 건설산업 등의 중요한 기초 소재이다.
비철금속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연 수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및 경기 부진 여파로 인해 도금용 수요가 부진하여 연간 36만 톤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되는 아연의 2/3가 해외로 수출되었지만 올해는 국내 공급 차질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고려아연의 생산은 큰 변화가 없지만 분기별 8만 톤 수준이던 영풍의 아연 생산은 올해는 6만 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아연 공급이 줄면 철강, 자동차, 건설 등 다른 업계까지 공급망 악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아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철강업체의 경우에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철강 도금제품의 수요가 크게 살아나지 않아 도금원료 조달에 어려움은 없지만 아연 공급망 리스크에 사전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국내 아연 수요의 90%이상을 공급해 왔는데, 양사마다 지역별로 구분하여 영업권이 형성돼 있다. 영풍은 주로 충청권의 철강업체들에게 아연을 공급해 왔다.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수 규모가 적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공동영업을 그만둔 이후에도 아직까지 영업권은 유지되고 있다.
영풍에서 아연을 구매해온 한 철강업체는 “우리와 영풍 모두 1개월 사용분 재고가 있어 총 2개월분의 여유는 있다”면서 “여유분으로도 부족할 시 이를 대비해서 고려아연 측과 조달가능 여부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현재로도 풀캐퍼 수준의 조업이라 증산을 통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수출을 더 줄여 내수에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 수출을 줄이면서 내수 공급량을 늘렸지만, 석포제련소 생산 차질이 장기화 되어 수출을 더 줄인다면 지금까지 60~70%를 차지했던 해외 고객사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6위 규모의 석포제련소의 생산이 멈추게 되면 글로벌 아연 공급망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앞서 영풍의 10일 간의 조업중단 소식이 해외에 전해지자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LME 가격이 급등하면 조달청을 통해 아연괴를 구매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와 올해 조달청의 아연 비축재고가 부족하여 장기간 방출(판매)가 중단되며 아연 공급난이 심화된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됐음에도 즉각 가동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공급망 우려 때문이다. 영풍 측은 조업 중단으로 인한 고객사 영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현재 조업 중단 전에 수출용 비중을 줄여 최대한 국내 수요에 영향이 적도록 재고를 비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가동중단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고관세 정책을 천명해온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으로 단기적으로 국내 아연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