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3분기 실적이 낙제 점수다. 업계는 이 같은 업황 부진이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하염없이 달려가고 있는 심정이다. 중국 철강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회의 결과에 유난히 관심이 쏠린 이유다. 그러나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라는 말을 이처럼 실감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중국의 전인대 상무위 결과를 목메게 기다린 것은 철강 업계만이 아니다. 타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에 종속된 작금의 상황이 싫지만 탈(脫) 중국이 쉽지 않으니 답답하다. 우리가 기다렸던 것은 상처를 치료할 치료약이었다. 하지만 이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모든 문제 발단은 중국의 부동산 침체에서 출발한다. 수요산업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무너지면서 철강 산업도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에 수요처를 잃은 철강재가 해외로 쏟아져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문제를 키웠다. 이웃인 우리나라가 그중 최대 피해자가 됐다.
봇물터지듯 쏟아져 들어오는 저가 중국산 철강재는 국산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범이다. 이것이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가격경쟁력을 잃은 국산 철강재는 수출시장에서도 고전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부동산은 건설 산업의 존폐를 좌우한다. 최대 수요처인 건설 산업이 흥해야 철강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상무위가 침체에 빠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학수고대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난 후 시장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상무위 회의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 아닌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10조 위안 차환에 방점이 찍힌다. 2024∼2026년에 걸쳐 지방정부 부채 한도 6조 위안 증액과 2024∼2028년에 지방정부특수채 예산 4조 위안(연 8,000억 위안) 편성이 주요 골자다. 부동산 및 소비 관련 세부 정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부양책은 경기 방어에만 목적이 있다. 경기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와 부동산 살리기가 우선이다. 아쉽지만 이 정책과는 괴리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 중국 철강 수요를 마이너스로 전망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기침만 해도 우리 경제는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게 종속되어 있다. 저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한심한 상황이다. 이 억울한 상황을 벗어나야 하지만 사사건건 저들과 얽혀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 특히 철강 산업이 그렇다. 중국이 시장에서 흐려놓은 물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피해를 안겨준다. 싸구려 철강재 난립, 덤핑 철강재 문제는 단골 메뉴다. 자동문이 되어버린 국내 시장 환경에서 중국산은 이러한 메뉴로 활개치고 다닌다. 결국 우리 업계가 최대 피해자가 됐다. 내수 시장 방어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국내 시장 상황도 철강 산업에 호의적이지 않다. 역대 급 건설경기 침체는 철강 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의 영화를 뒤로하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고 힘겹다. 급기야 흉흉한 소문이 돌아다닌다. 모 철강사의 ‘셧다운’ 소식은 충격적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확정적이다. 건설 산업 부진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내수 시장에서 유통 중인 수입재도 원인일 수 있다. 과연 이 회사의 이 같은 결정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현재 우리 업계는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부가 제품 수요 확보와 탄소 저감 제품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업황이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경우 2025년에도 철강 산업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절망적인 전망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경쟁은 심화하고, 보호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리 업계가 직면한 환경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지금처럼 내수시장을 쉽게 수입품에 내주면 희망은 없다. 시장 방어를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철강이 타 산업을 고려해 반덤핑 제재에 소극적인 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려놓는 중국산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안방을 지켜내지 못하면 수출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