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원자재·인건비 악화원인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지난해 대비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금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조사돼 올 한해 기업들의 자금 운용에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기업 및 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31.0%로, 호전됐다고 응답한 비율(11.0%)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건설·토목(50.0%) △금속(철강 등·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높았다. 한경협은 이들 업종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장기 부진을 겪고 있어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환율(24.3%)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은 23.0%, 높은 차입 금리는 17.7%를 기록했다.
자금 사정은 어려운 반면 올해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연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36.0%, 감소는 11.0%였다.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응답은 53.0%였다.
자금 수요가 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 39.7%, 설비투자 21.3%, 차입금 상환 14.3%, 인건비·관리비 14.0% 순이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하했지만 기업 5곳 중 1곳(20.0%)은 여전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로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노력(34.3%)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서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5.7%), 정책금융 지원 확대(15.3%), 원자재·소재·부품 수급 안정화(12.3%) 순으로 응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