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카드뮴 배출'과 MBK '홈플러스 사기 의혹' 등 문제점 지적 잇달아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일 주일여 앞둔 가운데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적절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장악할 경우 장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일부 자산 매각, 현금 배당 확대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런 배당 확대가 MBK의 단기 부채 상환을 지원하고, 영풍의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ESG연구소도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하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연구소는 특히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그동안의 경영 실적을 고려했고, 기존 수립된 주주친화적 정책을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적 성격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잇달아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MBK의 6호 블라인드 펀드 출자와 관련해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MBK 6호 블라인드 펀드에 약 3천억 원 출자를 확정하며 '적대적 M&A 투자 미참여'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 같은 배경엔 최근 MBK가 벌이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결정적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MBK는 최근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과 관련하여 재계와 정치권의 지탄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마트를 인수한 후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보다는 빠른 엑시트 전략을 구사해 결과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용등급 하향을 미리 알고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여 증권사와 일반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여 최근 국회에서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사태는 사모펀드인 MBK가 국가핵심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경영할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어떻게 하면 투자 회수를 잘 할 수 있을지 집중하여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보다 단기적 투자 회수에 경영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영풍에 대해서도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눈길이 상당하다.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여 최근 가동중단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영풍 경영진과 오너 장씨 일가가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환경오염 개선 투자 등은 외면한 채 오히려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 몰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은 사회적 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다. 수년 전 낙동강에 카드뮴을 유출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대표이사들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1군 발암물질로 알려진 카드뮴을 공기 중에 배출한 혐의로 당국의 제재를 추가로 받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이뿐만 아니라 지난 한 해에만 총 9건의 환경오염 법규 위반으로 제재를 받으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은 영풍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그 실체가 공개됐다. 현재 영풍은 지난달 26일부터 수년 전 적발된 낙동강 폐수 유출 건으로 조업 정지에 들어가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석포제련소가 앞서 카드뮴 낙동강 방류로 물의를 일으키며 수백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연을 제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카드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류하지 못하게 되자 공기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2018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하류 5㎞, 10㎞ 지점의 국가수질측정망에서 하천수질기준 0.005㎎/L을 웃도는 카드뮴이 검출되면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후 2019년 4월 대구지방환경청이 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수질을 측정했고, 환경부 중앙환경단속반이 특별단속도 실시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공장 내 지하수에서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의 최대 33만 2650배인 3326.5 ㎎/L라는 엄청난 양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하천 바닥에 스며들어 흐르는 복류수 또한 하천수질기준 대비 15만4728배인 773.64㎎/L가 검출됐다. 낙동강으로 일일 카드뮴 유출량은 약 22㎏, 연간 기준으로는 약 8030㎏ 수준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지적이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이 밖에도 지난 한 해에만 환경오염으로 총 9건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황산가스감지기를 끈 채 조업한 사실이 적발돼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아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로써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폐수 유출로 받은 조업정지 58일에 더해 총 68일의 조업정지를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풍은 지난해에도 조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영업 손실을 고려아연 인수를 통해 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