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강재만으로는 공급과잉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이유다. 철근도 국내 7대 제강사 중 5개사가 이미 SD600 철근에 대한 KS 인증을 마친 상황이다. 형강 역시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재해 우려에 따라 점차 강도를 높인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강사 관계자들도 고급강 위주로 봉형강 시장을 재편해 수요 부진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SD500과 SD600 등 고강도 철근을 바라보는 국내 관련 업계의 시각에는 아직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제조사인 제강사와 수요처인 건설사, 그리고 철근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공장가공업체 등의 생각이 다른 것이다.
고장력 철근을 사용하면 일반 강재보다 10~20%의 철근 사용량 감소가 가능하면서도 높은 강도 때문에 내지진성이 우수하다는 강점이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재비용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철근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고장력 철근 사용으로 줄어드는 철근 수요는 제조업체인 제강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철근 수요는 지난해 840만톤가량으로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현재 전체 철근 사용량에서 70~80% 수준을 보이는 SD400 철근 대비 SD600의 국내 판매가격은 톤당 약 5만원가량 높다. 일본은 SD400 대비 SD600 철근 가격이 톤당 약 10만원가량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가격 차별화가 시급하다.
아직은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지만, 고급강재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원가와 제품 성능을 고려할 시 SD500과 SD600 철근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고장력 철근으로 갈수록 철근 전문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장 가공이 줄고 철근 가공공장의 가공 물량이 늘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철근 가공공장도 고장력 철근을 둘러싼 중요한 관계 변수가 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철근 가공공장 관계자들도 고강도 철근의 수요 확대를 무조건 환영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의 철근 가공업 진출 등으로 톤당 철근 가공비가 이미 하락한 상황에서 고강도 철근 가공비의 현실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철근 가공업계의 시각이다. 아직은 고강도 철근의 사용이 많지 않지만, 향후 고강도 철근이 일반화하면 현재 톤당 2만5,000~3만원 수준인 철근 가공비가 톤당 5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철근 가공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고강도로 갈수록 가공의 어려움이 커지고 이에 따른 설비 부분의 투자금액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강도 철근 등의 기술 개발을 둘러싼 관련 업계의 시각 차이가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철강재 공급과잉 시장에서 우리 업계가 선도적으로 고급강 시장을 열어가는 것은 칭찬받을만 하다. 동일본 대지진 등 재해 우려에 세계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내수를 제외한 수출 분야에서도 앞으로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개발을 둘러싼 각 업계의 시각 차이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점이다.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기술 개발은 제조업체뿐 아니라 수요업계, 또 여기에 연결된 가공 등의 연관 산업 분야까지 골고루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열매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