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조(鑄造) 분야 최고 단체라 할 수 있는 90여 년 역사의 세계주조기구(WFO, World Foundry Organization) 회장에 우리나라의 김명호 인하대 교수가 선임됐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물론 철강분야의 최고 단체인 세계철강협회(WSA) 수장도 두 차례(1997년 김만제 회장, 2008년 이구택 회장) 지내는 등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세계적 단체 회장에 한국인이 선임되는 것은 여전히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주조 산업은 현재 철강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지만 기실 그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기술이다. 현대적 철강 생산에 있어서도 주조(연주)는 아주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 별도의 제품, 산업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주물 생산량은 230만톤으로 세계 8위다. 또 자동차와 조선 산업을 밑받침하는 중요한 생산기반 기술, 제품이다.
역사적으로도 세계 철강산업의 시초로 BC 1300년 경의 힛타이트를 꼽는다. 힛타이트는 단철(鍛鐵) 야금기술이 독보적이었으며 대표적 제품으로는 다마스커스 검(劍)이다. 반면에 동양을 대표하는 중국의 철강기술은 주조 철기를 시작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주조기술의 꽃은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이다.
현재도 우리나라 주물 제품은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생산 기술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기업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WFO 수장국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요, 역사적 산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김명호 회장이 취임사에서도 얘기했듯이, 국내 주조산업이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세계주조경기대회, 정확히 말하면 세계기능경기대회(World Skill Competition)의 주조(Casting) 직종이 1978년 부산 24차 대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참가국이 6개국에 미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주조가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고등학교에서 주조관련 학과와 교육이 사라짐에 따라 젊은 인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는 국내 기능경기대회에서도 주조 직종을 폐지하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또 대표적인 공해산업으로 취급돼 생산 현장에서도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뿌리산업 발전을 외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이제 주조산업은 컴퓨터 설계기술과 자동화 생산공정 등으로 환경친화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고품질 주물 수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생산성 향상과 전문화를 기한다면 미래 수종산업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세계주조 분야의 수장으로 세계기능경기대회 주조 부문 부활, 아시아 국가의 위상 제고 등을 역점 사업으로 내세운 김 회장의 활동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