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강업계가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움이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의 통상압력은 상대적으로 극복하기 쉬운 반면 보다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어려움은 중국과 일본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에 의한 경쟁력 강화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은 우리 철강재 수출시장의 일부분이다. 전체 철강재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다. 또 미국 정부의 수입 정책은 상황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적지 않은 비중이지만 치명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통합해 출범한 바오우강철의 천더룽 회장은 현재 6천만톤 수준인 조강 생산능력을 1억톤까지 늘려 영향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이 4억~5억톤까지 감소할 것이므로 시장점유율을 20~25%까지 끌어올릴 계획임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2008년 세계 2위 철강사로 부상했음에도 낮은 경쟁력으로 고전하던 허베이강철 역시 양적 확대에서 질적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의 최근 보고서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셔우두강철과의 합병 계획으로 더욱 덩치를 키움과 동시에 중국 북부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 자동차강판 등 질적 고도화와 비철강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구조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허베이와 바오우의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는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해외 진출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일본 역시 신닛데츠스미킨(NSSMC) 과 닛신제강의 합병을 공식화한 지 오래다. 이것이 완성된다면 일본 고로업계는 NSSMC, JFE스틸, 고베제강 3사 체제로 집약된다. 이러한 구조개편이 완성된 후에는 일본 철강업계의 해외시장 진출이 생존전략으로 부상할 것이다.
세계 1, 2위 철강 대국들이 강력한 구조조정과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선다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로 우리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수입재에 익숙해진 국내 시장에서도 쉽지 않은 판매경쟁이 충분히 우려되는 일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중국 등의 기업 덩치 키우기에 대해 ‘공룡의 멸종’을 빗대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유기업 간의 초대형 M&A에 대해 ‘부실기업의 덩치 키우기’로 오히려 국가적 금융위기 등 리스크를 키운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그러나 일단 철강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원료, 수요산업 등 전후방 산업에 비해 월등히 작은 개별기업의 시장지배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탓이다.
우리 철강업계와 정부는 중국과 일본의 구조조정과 개편에 맞설 방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은 결코 무너져서는 안 될 일이다. 별로 시간이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