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심에서 한국 측이 8건 모두 승리 ‘美 불복’
최종 판결 일정도 알기 어려워 ‘미국이 상소, 미국이 보이콧’
미국이 한국산 열간압연강판 등에 조치한 불리한가용정보(AFA) 규정을 개정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1심 판결을 불복했다. 미국은 이번 상소를 통해 높은 수준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 부과가 지속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 및 변압기에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개정하라는 WTO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상소했다.
지난 1월, WTO 1심 재판부(패널)는 한국산 철강·변압기에 대해 '불리한 가용 정보'(AFA) 조항을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했던 미국 측의 조치 8건 모두에 대해 “세계 공정무역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6년, AFA 규정을 근거로 한국산 열간압연강판 최대 58.68% 수준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같은 해, 냉간압연강판 부문에도 59.72% 상계관세를, 도금강판 부문에 대해서도 상계관세로 47.8%를 산정했다.
AFA(Adverse Facts Available)는 반덤핑·상계 관세 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이 자료 제출 등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미국 상무부가 기업에 불리한 정보를 활용해 자의적으로 고율 관세를 산정하는 조사 기법이다.
우리 정부는 AFA 적용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경로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에도 미국이 조처를 계속하자 지난 2018년 2월 WTO에 제소했다.
이후, 우리정부가 올해 1월에 AFA 규정 적용이 부당하다는 승소판정을 받았으나, 미국이 상소를 예정한 까닭에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패널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미국이 최종적으로 상소를 결정함에 따라 양측이 확정 판정을 준비해야하지만 일정 잡기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WTO에서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의 기능이 지난 2019년 12월부터 상소 위원(판사)의 부족으로 정지됐기 때문이다. 이번 건의 당사자이기도 한 미국이 WTO에 대한 불만으로 후임 인선을 최근까지도 보이콧하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 최종심 재개 일정도 확정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