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종합준공 50주년 맞이한 포항제철소
사상 초유 피해에도 굳건한 단결력으로 피해 극복
조업 과정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 투어
아지랑이 피우며 줄지어 이동하는 반제품과 철강재
탄소중립 시대, 수소환원제철 선도주자로 도약
시련은 속에 피는 꽃은 아름답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고난을 만났던 포항제철소가 역경을 이겨내고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대한민국 산업을 이끄는 철강 거인 포항제철소는 지난 50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난관을 헤쳐 나가고자 한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유례없는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가 고난 속에서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본지 기자는 종합준공 50주년을 맞이한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대한민국 산업성장의 기반이 되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고, 포스코의 염원이 담긴 수소환원제철 실험설비 가동을 눈에 담아왔다.
11월 10일 방문한 포항제철소는 각종 반제품과 제품을 가득 담은 운송차량으로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연주공장에서 갓 생산된 슬라브는 트럭 위에서 아지랑이를 피우며 완제품으로 재탄생할 준비를 마쳤다.
발길을 옮겨 도착한 원료 야적장에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료가 가득 쌓여 높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다만 원료가 산처럼 쌓여있는 광경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포스코는 2026년까지 석탄, 코크스, 부원료, 블렌딩 광 등을 100% 밀폐하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철광석 밀폐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밀폐형 저장설비 사일로를 통해 원료를 안전히 보관하고 바람에 의한 원료 비산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포항제철소는 사일로 설비 활용을 통해 먼지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포항제철소 선강 지역을 벗어나 압연공장으로 가는 도중 귀한 광경을 목격했다. 기자 앞에 일명 ‘토페토카’(TLC, Torpedo Ladle Car)로 불리는 쇳물 운반 차량이 지나갔다. 어뢰를 닮은 이 차량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제강공장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범람한 냉천 인근에 있는 포항제철소 압연공정은 침수 피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고로와 제강공정 대비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침수 135일인 올해 1월 20일부터 완전 정상화에 돌입한 포항제철소 압연공정은 현재 국내외 수요처에 보낼 제품 생산에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일 방문한 2후판공장 또한 지난해 입었던 피해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마침 제품 생산을 엿볼 기회가 마련됐다. 압연공장에 도착한 반제품은 압연기를 여러 차례 왕복하며 후판으로 만들어진다. 제품에서 쏟아져 나오는 열기와 수증기로 가득한 공장은 대한민군 산업화의 산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 생산된 후판은 조선과 건설, 보일러 등 다양한 수요업계에 공급돼 최종 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후판공장을 뒤로하고 방문한 포항제철소 기술연구소에서는 수소환원제철 실험설비를 마주할 수 있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하이렉스(HyREX)로 명명돼 해외 철강사와는 다른 발걸음으로 전진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 SSAB 등 해외 철강사들은 하이브리트(Hybrit) 공법을 활용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당 공법은 고순도 원료 확보와 재생에너지 단가 문제 등으로 우리나라 환경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포스코는 고유 기술 파이넥스(FINEX) 기반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파이넥스는 기존 고로 방식과 달리 소결공장과 코크그공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석탄과 철광석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유동로 기술을 근간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모든 공정을 수소와 전력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석탄 대신 그린수로를 환원제로 사용하고 파이넥스 용융로를 전기 용융로로 대신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수소 생산 핵심 기술과 함께 운송과 저장, 활용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26년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상용기술 완성, 2050년 탄소중립 실현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10일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실험설비 가동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핵심 기술 시연에 나섰다. 수소유동환원로 모형이 가동되며 가루 형태의 철광석이 직접환원철로 환원되는 공정을 소개했다. 현재 실험설비는 소규모 모형에 불과하지만, 포스코는 2026년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상용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는 2028년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 2030년부터 상업화플랜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항제철소 방문에 이어 홍보관 투어도 진행됐다. 포스코 본사 뒤편 Park1538의 중심에 위치한 포스코홍보관은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과 철의 무한한 재활용성을 의미하는 무한루프 컨셉으로 설계됐다.
1층에 들어서면 간단한 사진 촬영 이후 웰컴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아트 영상이 시작된다. 이후 철의 문명관으로 들어서면 인터랙티브 영상을 통해 용광로의 쇳물이 눈앞에서 흐르는 듯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발아래로 흐르는 쇳물이 발자국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뒤를 이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모형 관람과 함께 포스코가 그리는 미래 철강산업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층에 들어서면 포스코가 자랑하는 WTP(World Top Premium) 제품과 미니어처 모형을 살펴볼 수 있다. 외부로 나서면 아니쉬 카푸어 작가의 ‘Non-Object(Pole)’ 조형물이 관람객을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