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 두고 '적대적 M&A' 반대 목소리 커져
노조·지자체·소액주주 등 고려아연 지지…고려아연 법적대응 예고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에 대한 양측의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영풍의 기습공격을 받은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요 주주와 경영진, MBK파트너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를 주도한 영풍그룹 오너인 장형진 고문과 영풍 이사 및 경영진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으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대표이사가 전원 구속되고, 범죄와 무능경영을 책임져야 할 영풍의 장 고문과 이사 등이 중국 등 해외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와 결탁하여 사적인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자본시장법 위법 여부를 놓고 감독 당국에 진정 제기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키로 했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위한 이른바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은 회사 차원에서 손해를 입게되는 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MBK에게 넘어간다는 점에서 결국 영풍 전체 주주들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개별재무제표 기준 영풍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처분하는 내용 등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적법하고 정당한 경영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모회사인 영풍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주 당 66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동시에 고려아연 최씨 가문이 경영하고 있는 영풍정밀 주식에 대해서도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가 성공하게 되면 영풍 주요 주주인 장 고문 일가 등을 포함한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현재 33.13%에서 최대 47.74%로 늘어난다. 영풍은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퇴출하고 경영권을 가져올 계획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즉각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고려아연은 전현직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비철금속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고 미래전략산업 분에서도 국내 자본과 기술 독립을 추구하며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는 반면에, 대주주인 영풍은 잦은 환경·노동 이슈로 비철금속 제련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미 오랜 기간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하며 경영능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영능력이 부실한 영풍이 약탈적 투기자본과 결탁하여 경영권을 약탈하려 하고 있고, 해당 투기자본으로 인해 국가기간산업과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도 강조했다.
결국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며 적대적 M&A 시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시도에 대해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국회의원은 지난 17일에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7월에 ‘MBK 파트너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 공개매수가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10월 국정감사에서 강력히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속한 국회 보건복지위는 국회에서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곳으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대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 소재지인 울산에서도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7일에 울산시는 "120만 울산 시민이 고려아연 주식 1주씩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50년간 울산과 함께한 기업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울산은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아련 제련소로 운영 중인 온산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소액주주와 고려아연 노조의 반발도 이어졌다. 고려아연 일부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를 통해 "고려아연은 한국 상장사 2400개 중 지배 구조와 주주 환원율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며 "이번 일을 동학 개미가 회사(현 경영진)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19일 서울로 상경해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MBK는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하라"며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영풍과 MBK 역시 즉각 반박했다. MBK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며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은 최윤범 현 회장이 무분별한 투자로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를 급격히 훼손하는 등 각종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MBK에 경영권을 일임한 것이다. 적대적 행위,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영풍 측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관련한 경영 문제점과 의혹들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장씨-최씨 동업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는 최 회장에 사법 리스크를 씌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에 속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철저히 분리해 경영했고, 조직이나 기업문화도 분리되어 있었다"면서 "두 오너 가문이 고려아연과 영풍,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호 보유하고 있지만 스왑딜을 통한 지분 정리도 쉽지 않아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결국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