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폐기물 처리 두고 갈등 시작”
“세계 1위 제련기업, 팔아먹을 기술 많을 것”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오랜 동업관계인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금이 가게 된 것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경영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자청하여 기자회견에 나섰다. 24일 오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세계 1위의 비철금속 제조업체로 성장한 데에는 불모지 다름없던 이 땅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면서 “돈만을 바라보는 투기자본에 고려아연이 넘어가게 되면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 경제 발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코 투기자본에 휘둘리거나 좌시하지 않겠다”며 “현 경영진과 함께 고려아연을 지켜 앞으로도 최고 기술력 바탕으로 최고 기업으로 국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 함께 고려아연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질의응답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의 근본 원인은 뭔가?
▷40여년 근무하면서 영풍과의 관계를 지켜봤다. 기술자로서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동안 동업관계가 잘 지속돼 왔는데 어느 순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략 4~5년 전인데, 당시 영풍의 석포제련소에서 환경문제가 불거졌다. 카드뮴 지하수가 유출되어 낙동강으로 흘러 수자원을 오염시켰다는 의혹이 커졌다. 또한 석포제련소에는 산업폐기물 저장소가 있다. 추정컨데 70만~80만 톤의 폐기물이 저장되어 있다. 여기에는 중금속이 다 함유돼 있는데, 이 저장고에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안다.
환경과 산업안전 문제로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고 현재 7명이 검찰에서 1~3년의 구형을 받고 재판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들 모두도 우리 동료고 가족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장형진 고문은 석포제련소의 산업계기물 문제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는 온산제련소를 폐기물 처리장으로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반대했다. 이를 반대한 사람이 현 최윤범 회장이다. 그때부터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최윤범 회장은 단순한 오너 경영인이 아니다. 미국에서 변호사였고 고려아연에 입사해서는 온산제련소에서 근무하면서 모든 곳에서 현장실습을 했고 제련소의 수 많은 기술을 거의 마스터했다. 호주 SMC제련소 대표로 가서는 만년 적자 공장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경영능력도 뛰어났다. 최 회장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다는 장 고문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 문제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 직접 밝히고 싶지만 참고 있다. 최윤범 회장이 이를 막았다. 다음에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고러아연과 영풍의 경영실적이 대별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풍은 적자를 수시로 내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98분기 연속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크게 경영능력과 기술력의 차이로 볼 수 있다.
경영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 관리다. 사람은 가족처럼 대해 주는 게 고려아연이고, 최윤범 회장이다. 반면에 장형진 고문은 직원을 머슴처럼 대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는 애사심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지난 10년 평균으로 고려아연의 영업이익률은 12.8%지만 영풍은 마이너스(-)1%다.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입장에서 평균 12.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경영권이 넘어가면 어떻게 경쟁력이 저하될 것인지 기술적인 관점에서 설명해 달라.
▷올해로 고려아연 창립 50주년이 됐는데, 그동안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왔다. 원료를 공동구매하고 영업도 공동판매를 했지만 기술 고도화를 통해 고려아연의 생산품목은 12개까지 늘은 반면에 영풍은 2개에 불과하다.
기술력의 차이가 기업의 전체 경쟁력에 차이인 셈이다. 기술력이 높다는 것은 투기자본 입장에서는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의 기술이 녹아 있다.
비철금속 사업에 있어서 이익에 좌우되는 변수들이 내부요인도 있지만 외부요인도 많다. 원료를 싸게 사야 하고, 가공비도 줄이면서 판매는 비싸게 팔아야 한다.
고려아연은 각 상황에 맞게 조업을 변화시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대 이익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외국에 팔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인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투기자본에 대한 기술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MBK는 기술 유출이나 매각 우려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장담컨데, MBK는 절대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나를 포함한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 둘 것이다. 개인이나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와 주주 때문에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