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중앙지법, 영풍·MBK 신청 가처분 기각 판결
베인캐피탈과 자사주 321만주 공개매수 대응
최윤범 회장 기자회견 통해 자사주 매입 등 계획 밝힐 예정
고려아연이 영풍·MBK 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해 총력 방어전을 펼친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항공개매수를 동시에 추진하여 경영권을 방어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2일 영풍·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2일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에 맞서 회사 내부 자금을 활용해 자사주 320만9,009주를 주당 83만 원대에 공개매수 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총 취득규모는 2조6,635억 원에 달하며 취득기간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자사주는 취득 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는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베인캐피탈의 최대 취득예정 주식수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인 51만7,582주다.
이와 관련하여 이날 오후 3시에 최윤범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방어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풍·MBK는 공개매수 기간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MBK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액 한도가 기존에 알려진 바 대로 5조8,497억원이 아니라, 실제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 범위가 5조8,497억 원가량이지만, 자사주 취득을 위해 임의적립금의 목적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총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거론된 대항 공개매수와 자사주 매입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영풍·MBK는 이날 다시 새로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신청한 가처분이 공개매수 기간 중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해달라는 것이었지만, 이와 별개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련 절차의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고 다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2일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당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액을 6조원이 아닌 586억 원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확산시켜,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불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민·형사상 모든 조치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행위 등에 대한 신고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하여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던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2일 오후 3시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박기덕 사장 등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자사주 매입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사주를 취득하고 이를 전량 소각해 경영권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공식화 했다. 구체적인 공개매수 단가와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에 대한 반격도 시작됐다. 이날 영풍정밀은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Jerico Partners Co., Ltd)를 통해 2일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제리코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MBK파트너스가 내세운 주당 2만5000원보다 5000원(20%) 높다. 또한 지난달 30일 영풍정밀 종가인 2만5300원과 비교하면 4700원(19%) 가량 높다. 이번 대항공개매수로 영풍정밀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최대 25%(393만7500주) 가량 늘어나면, 지분율은 기존 35.31%에서 최대 60.3%로 확대된다. 이로써 영풍정밀 현 경영진은 영풍정밀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