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미승인 중국산 강섬유 사용 적발에도 규정 미비로 직접 제재 어려워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자재 승인 과정 프로세스의 종합적 재검증 및 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저가의 중국산 선재 및 가공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국내 선재 및 가공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공공부문의 수입재 침투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따르면 한 강섬유 납품업체(이하 ‘A사’)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고속도로 터널 공사에 미승인 중국산 강섬유 2,208톤을 수입해 터널 공사를 수행한 16개 국내 건설사에 납품했다.
강섬유는 연강선재를 가공하여 제작하며, 길이 30~60㎜, 선경 0.5~1.0㎜의 작은 강선으로 형상 가공된 콘크리트 보강재로서 콘크리트와 분산 배합하여 인장강도, 휨강도, 균열에 대한 저항성 등 콘크리트의 역학적 거동특성과 물리적 성질을 개선, 보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우선 이번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된 것은 도로공사(이하 ‘공사’)가 미승인자재를 사용한 16개 시공사를 외부 고발에 의해서 발견하는 등 내부 검증 프로세스가 미흡했다는 점이 꼽히며, 자재 납품사인 A사가 영전히 영업 중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16개 시공사에 대해 벌점 3점 처분을 내렸으나 도로공사 벌점심의위원회에서는 취소처분(취소4, 기각3)하여 사실상 어느 업체도 처벌받지 않은 상태이며, 위원회 구성도 내부 기관에서만 선발하며 미온적 처벌에 동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해당 제보는 강섬유협동조합에서 제기하고, 동시에 경찰 고발하여 A사를 고소하지 않았으며, 이번 일은 A사가 조합을 탈퇴하여 사이가 벌어지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규정에 따라 제보 접수 즉시 감사를 시행했으며, 감사결과를 통보하고 벌점을 부과했다. 단, 시공사들이 이의제기를 하여 벌점심사위원회가 열려 벌점이 취소된 사항이라 더 이상 제재조치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사 측에 따르면 A사가 납품한 강섬유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별표8에 해당하는 미승인 자재에 해당되며 벌점 3점을 부과하게 되어 있으며, 이 경우 공공입찰 2년 제한의 중징계를 받게 된다.
공사 품질환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도로공사가 조달청을 통해 관급 조달을 한 것이 아닌 시공사들이 자재를 조달한 ‘사급 조달’에 해당하여 도로공사가 계약법상 직접 제재는 불가능하며, 필요 시 수사의뢰 또는 관계기관에 고발할 수는 있다”며 “향후 자재 반입 시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검증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관계자는 “공사에서 A사가 납품한 강섬유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지만 해당 자재가 도로공사의 품질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사 측은 “강섬유는 암반 낙석를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숏크리트에 들어가는 자재로 터널 자체의 구조적 기능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범수 의원은 도로공사의 방관적 자세와 미흡한 대책에 대해 질타했다.
서 의원은 “공사 측이 감사 적발 이후 벌점 부과가 취소된 후에도 시공사와 납품사에 어떠한 법적 조치도 하지 않았고,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어 계약법상 직접 제재는 불가하고 필요 시 수사 의뢰 또는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답변은 납득 불가”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 처분 내역이 나왔을 때도 해당 내용을 내부 건설사업단에만 알렸을 뿐 타 기관이나 건설사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도 않는 등 지속적으로 방관자적 자세를 유지했다. 게다가 도로공사와 시공사의 주장대로 시공사가 피해 당사자라면 강섬유협동조합이 고발하여 수행 중인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적극적으로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를 하고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의원은 “자재 반입 시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검증절차(공급원 승인 시 제조회사 표기 의무화, 사전 공장점검)를 마련하겠다는 답변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제보가 있기 전 3년 간이나 미승인 자재 사용을 적발하지 못한 프로세스를 종합적으로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시 점검 및 재확인 등 현장 감시 내용을 보강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범수 의원은 “시공사들의 무한 책임을 재확인하고, 보상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벌점심의위원 선정의 공신력이 문제라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국토부에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선재 가공업계에서는 강섬유 뿐만 아니라 파스너와 철선, 결속선과 금속울타리 등 중국산 수입재의 국내 시장 잠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재 및 가공제품의 경우 다른 철강 품목들과 달리 국토부의 각종 공사 관련 시방서는 물론 공공조달 규정이 미흡하여 중국산 수입재가 공공부문에 버젓이 납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에서 사용하는 스텝볼트, 공공주택에 사용하는 철선과 결속선, 파스너와 금속울타리 등의 경우 관급 조달이 아닌 시공사의 사급 자재로 조달할 경우 중국산 수입재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선재 가공업계에서는 선재 및 가공제품에 대해서도 다른 품목들과 마찬가지로 조달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