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 영남 주민 식수원 환경파괴 방치할 수 없어"
1997년 이후 다수 노동자 사망도 지적
국내 환경단체들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2개월 조업정지 처분 확정 판결을 받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영구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석포제련소에서 유해 폐기물을 불법으로 배출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조업정지에 그치지 않고 공장 폐쇄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제기했다.
지난 5일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구미낙동강공동체, 그린트러스트, 한국생태환경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석포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최상류에서 51년간 환경을 파괴해 온 영풍석포제련소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0월 31일 대법원이 영풍석포제련소의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확정한 데 따른 입장을 내놓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제련소는 지난 2019년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이번 처분을 받게 됐다.
대책위원회는 "영풍석포제련소가 환경문제로 조업정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폐수처리 불법사항이 적발되어 조업정지가 내려졌었다. 제련소 측이 소송했지만 2021년 제련소 설립 51년 만에 처음으로 10일간의 조업정지가 있었다"면서 "반세기 동안 온갖 불법과 환경범죄를 저지르고, 환경부 출신들로 구성된 소위 ‘환피아’를 동원해 문제를 축소 은폐하거나 대형 로펌을 통한 소송으로 버텨온 공해기업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이번에 법원이 제대로 본때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300만 영남 주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에서 51년 동안 벌어진 각종 환경범죄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며 "산업폐수를 불법으로 배출하고 하청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곳이 바로 석포제련소"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영풍석포제련소의 문제점으로 ▲낙동강 수질오염 ▲백두대간 산림훼손 ▲토양·지하수 오염 ▲노동자 안전사고 등을 꼽았다. 특히 1997년 이후 15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죽음의 공장'이라 불린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제련소가 들어설 당시인 1970년에는 이곳에 연화광산이 있었고 환경규제법이 없었다"며 "하지만 1993년 연화광산 폐광으로 제련소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고, 현재는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변 토양과 지하수 오염, 산림훼손은 이미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53년간 운영 후 1989년 폐쇄된 장항제련소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한 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항제련소 사례에서 보듯이 지금 당장 영풍석포제련소를 폐쇄 이전하더라도 복원과 주민건강 피해에 대한 대책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들은 2022년 환경부가 235가지 조건부로 '통합환경허가'를 내준 것도 문제 삼았다. 허가 이후에도 조건 미이행과 법 위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약속한 '영풍석포제련소 문제해결을 위한 TF팀 구성'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면서 정부에 "국회 및 경상북도와 협의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제련소 폐쇄·이전을 위한 TF팀 즉각 구성 ▲노동자 및 주민 건강·생계대책 마련 ▲오염된 환경 복원 계획 수립 등을 세부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경북, 부산, 울산, 경남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환경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 공해기업의 가동으로 1,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 오염되고 백두대간 산림이 고사하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조업정지를 넘어 영구 폐쇄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