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이라는 단어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과거 숭고하면서 고귀한 뜻을 내포하는 단어였으나, 어느새 꼰대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하지만 애국이 가진 전달력이 어느때보다 약해진 지금임에도 국내 금속업계의 부흥을 위해서는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뭉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4년 4분기 금속시장은 혼돈기에 있다. 연준 금리인하, 미국 대선, 중국 경기부양책, 환경규제 강화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이슈가 잠잠해지질 않으면서 주별, 월별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시황 속 금속 품목 전반에서 국내 업계의 실적이 암담한 가운데, 안타깝게도 대중의 관심은 국내 산업의 사활보다는 투기를 통한 이익 창출에 관심이 쏠려있는 듯 하다.
1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통근시간 동안 주변 승객들의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보곤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증시관련 차트나 뉴스를 보고 있다.
그 순간 나는 그들의 핸드폰 화면이 아닌 화면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에 집중한다. 나는 기자이지, 역술가가 아니기에 눈빛만 보고 그들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금속산업의 부흥을 간절히 바라는 기운은 좀처럼 느끼기 어려웠다.
최근 국내 비철금속산업계의 최대이슈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려아연-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을 꼽을 것이다. 금속계를 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이슈거리가 되다보니 만나는 지인들과 해당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생기곤 한다. 이해도가 아직 높지 않은터라 대부분 말을하기보다는 듣는 것으로 대화시간을 보내는데, 이 순간 역시도 기업 간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우려보다는 주가의 변동 및 그것을 통한 이익 창출을 바라는 목소리가 우선했다. 조국의 업계 시황 악화라는 이슈가 비 업계인들에게는 큰 무게감이 없다는 것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사회인의 삶이 점점 각자도생이 삶이 돼가는 가운데,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맹목적인 공동체 의식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다만 애국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잃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과거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가질때 기업, 국민, 정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음을 고려하면서 애국이라는 이름아래 국내 금속산업이 혼돈기를 잘 해쳐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