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철강신문에 막 입사할 때만하더라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국내 시장 관계자들의 이미지는 단순했다. “싼 맛에 쓰는 철강재” 즉 속된 말로 ‘싸구려’로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있었다.
2025년이 눈앞으로 다가온 현재는 어떨까? ‘국산보다는 싼 철강재’라는 이미지는 여전하지만 ‘품질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보다 확연하게 줄었다. 국내 생산자 및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중국 현지 1~2군 업체 생산품 및 가공 수준을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는 없어졌다.
특히 쉬쉬하며 중국산 후판을 쓰던 조선업계에서는 이젠 대놓고 중국산과 국산을 단순 가격으로만 비교하려고 하고, 특수강봉강과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부문 실수요 고객들도 가격과 대량 물량에 따른 납기일 등을 구매 판단의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단기간 상황만 놓고 보면, 다시 중국산의 ‘가격’이 새삼스럽게 주목되고 있다. 중국철강업계가 자국 경기 사정으로 인한 ‘밀어내기(사실상 덤핑)’ 수출 전략으로 저가 수출 공세를 펴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해 “싸니까 많이 들어오고 많이 사는 거지, 잇따라 불량품이나 저품질 문제 겪어보면 신뢰하고 계속 다루긴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산에 대한 이렇다할 제재 필요성과 업계 대응 마련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수요자가 인식하는 중국산 이미지가 달라졌고, 국산과 경쟁 부문도 ‘가격’에만 한정되지 않고 있다. 어떤 수입 이슈에서는 경제단체가 나서 중국산 수입을 막지 말라고 목소리를 낼 때도 있다. 시장 내 수입산에 대한 일정 부문 신뢰가 쌓였고 의존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가 수입산의 ‘가격’에만 집착하고 여기에만 대응력을 쏟는다면, 수요가들의 반감만 커져 국산 철강재도 시장에서 오랫동안 받아온 신뢰와 선호성을 점차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철강 원로는 통상 회의에서 “철강사와 고객사가 서로 믿고 상대를 끌어주던 좋았던 경험들은 점차 찾기가 어렵게 됐다”며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는 시장에서 가격만 놓고 보자면 국산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 업계가 추진 중인 여러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통상 제재는 당국의 조사 및 판단에 따라 타당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제 업계가 업력을 집중해야 할 것은 ‘가격 외로 고객에게 무엇을 어필해야 하느냐’가 될 것이다. ‘그래도 국내 업체에 주문 넣어야지’라는 생각을 들 이유를 만들어 내야 장기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