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순 없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순 없지

  • 철강
  • 승인 2025.01.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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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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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가 체제 경쟁에서 뒤처지고 종국에는 패배한 원인에는 다양한 것이 있겠으나, 기자는 인간 본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인 탐욕과 욕심을 제한한 공산주의는 인간 욕심을 근본으로 한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리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꾼다. 모두가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희망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러한 마음 언저리, 어느 한편에는 내가 옆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언제고 존재한다. 

인간의 욕심을 표현하는 돈. 회사는 그러한 욕심만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단체를 의미한다. 회사의 사전적 의미 역시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 법인을 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철강시장은 열간압연강판을 두고 양분된 상태다. 한쪽은 산업의 기초소재인 열연강판 시장을 지키기 위해 무역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원료 구매 다양화와 가격 경쟁력 도모를 위해 자율규제로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양 갈래로 나뉜 의견 모두 타당해 보인다. 산업의 쌀인 철강, 철강 중의 철강인 열연강판 시장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무역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이미 기술적 성장이 대부분 멈춘 철강업계의 특성상 제조원가 절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연강판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리롤러 업계의 경우 단돈 만 원이라도 저렴하게 원료를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을 비춰볼 때, 자율규제와 상생의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규제 없이 상생안을 마련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까? 침체한 국내 경제와 매년 감소하는 철강 수요 속에서 판매량과 매출액, 영업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실무자에게 가격을 양보하라고 할 수 있을까? 살얼음판 위에 서서 사업군을 담당하는 임원에게 실적을 포기하고 상생하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열연강판은 그 어떠한 철강재와 비교해도 그 중요성이 뒤처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모든 산업에서 사용되는 열연강판은 산업의 쌀이요, 철강의 쌀이다. 식량주권을 상징하는 것이 쌀이라면, 철강산업주권은 열연강판이다. 모든 농수산물 시장이 열려도 끝까지 보호 중인 ‘쌀’ 시장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시장 자율과 상생으로 포장된 욕심과 이기심을 통제하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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