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에서 전기로로…탄소중립 향한 실천 로드맵 본격화
인도·북미 중심 글로벌 공급망 전환…“수출형 구조 한계 극복”
고부가 제품 중심 재편…고망간강·기가스틸로 기술 우위 강화
2025년, 창립 57주년을 맞이한 포스코가 미래 대응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며 새로운 전환점에 나섰다.
연초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금은 생존과 성장이 동시에 위협받는 절박한 시점”이라고 진단하며, 기술력과 조직역량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담대한 비전을 선포했다.
장 회장은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블록화,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복합 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며, 포스코그룹이 맞닥뜨린 환경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패러다임 전환기임을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글로벌 무역장벽이 강화되고, 중국 내수 회복 지연과 공급 과잉은 포스코의 핵심 수요처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로 인한 고비용 구조 고착화는 포스코그룹의 수익 기반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장 회장은 “이 같은 위기는 경쟁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 조건이며, 결국 대응 전략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 철강 사업의 전환, 저탄소·현지화·원가혁신의 3대 기조
포스코그룹의 근간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철강사업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장인화 회장은 “철강사업은 실질적 성과 창출과 원가의 구조적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저탄소 전환, 현지화 전략, 원가 경쟁력 확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재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철강산업은 수요 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보호무역주의 확대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저탄소 철강재가 수출경쟁력의 필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철강사 역시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 원자재 비용 상승, 전력비 인상 등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제조원가 경쟁력을 약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스코는 철강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이미 저탄소 철강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한 본격적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설비를 착공 중이며, 2025년 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로는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이 약 70% 이상 적어, 저탄소 제품 생산의 중심 축이 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HyREX)을 통해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하이렉스(HyREX)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할 때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대신 물(H₂O)만을 배출하는 방식으로, 철강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신기술이다.
포스코는 향후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저HMR(Hot Metal Ratio) 조업기술 등 브릿지 기술을 병행 적용해 전환과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방침이다.
아울러 포스코는 국내 생산을 통한 수출 구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글로벌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도 시장이다. 포스코는 현지 철강기업 JSW와 철강·이차전지소재·재생에너지 등 다각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인도 내 제품 생산 및 유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도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현지 투자 및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며, 이는 트럼프 2.0 시나리오에 대비한 통상 리스크 분산 전략의 일환이다. 포스코의 전략은 단순 수출이 아닌, 소재 개발부터 가공, 판매까지 완결형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고비용 구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원가 구조의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수립된 설비 효율화 계획을 바탕으로 각 제철소는 설비 개선, 열손실 최소화, 자동화 공정 확대 등의 조치를 단계별로 실행 중이다.
또한 원료 구매 다변화를 통해 기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철광석과 석탄의 공동구매, 장기 계약 확대, 선물거래 등을 통해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공정 제어 시스템도 고도화되고 있다. 공정 내 변수 분석, 품질 예측, 에너지 사용 최적화 알고리즘 등이 개발되며, 불량률 최소화와 소재 낭비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한편, 단순 원가 절감만으로는 철강사업의 경쟁력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이에 포스코는 고망간강, 기가스틸(Giga Steel),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고망간강은 LNG 저장탱크용으로 적용되며, 기존 9%니켈강 대비 우수한 강도와 저렴한 원가를 자랑한다. 기가스틸은 초고강도이면서도 경량화된 강판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며 연비 개선과 충돌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 준다. 이러한 제품은 고객 맞춤형 소재로의 수요가 높아, 시장의 가격경쟁력보다는 기술경쟁력 중심의 차별화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