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온도 오랫동안 유지해 밥맛 좋아져
포항의 호미곶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가마솥을 볼 수 있다. 이 가마솥은 2004년 1월 1일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에서 개최된 ’한민족 해맞이 축전’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 들에게 직접 떡국을 끊여 대접하는 행사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후 매년 1월1일 호미곶에서는 이 가마솥을 가지고 관광객들에게 떡국을 대접한다고 한다. 가마솥의 크기는 지름 3.3m, 깊이 1.2m, 둘레 10.3m로 내부는 고강도 스테인리스 스틸로, 외부는 주철로 만들어 졌으며, 무게는 약 1톤이 된다. 가마솥과 같이 설치된 아궁이는 벽돌 3,500장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호미곶의 가마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가마솥과는 주재료 면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마솥이 검은 색깔인 것은 탄소 함량이 높은 무쇠(선철)를 솥의 재질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솥의 재질은 선사시대에는 토기, 청동기시대에는 청동을 사용하였으나 철기시대 들어와서부터 무쇠를 사용해왔다.
토기는 잘 깨지고 견고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고. 청동은 불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알루미늄 등이 사용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무쇠가 솥의 재료로 사랑을 받았다.
새로운 소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가마솥으로 지은 밥맛이 좋다고 느낀다. 이것은 솥 뚜껑의 무게, 바닥의 두께와 가마솥의 재료인 무쇠의 성질 때문이다. 가마솥의 뚜껑은 무거워서 내부 압력을 높여주고 넓은 가마솥의 바닥과 무쇠 재질은 온도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게 하고 또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가마솥 내의 압력이 높아지면 물의 끊는 점이 올라가서 밥이 100℃ 이상에서 지어지게 되어 낮은 온도에서 보다 더 잘 익고 밥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압력이 가마솥이 가지는 장점을 과학적으로 구현한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무거운 가마솥 뚜껑 대신, 압력 조정장치 등을 상부에 달아 높은 온도에서 밥이 지어지도록 한 것이다.
소위 양은이라 불리는 알루미늄은 열 전도도가 높아 빨리 조리가 가능하지만, 그 만큼 열이 식는 속도도 빠르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라면과 같은 음식을 조리할 때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주방기구를 선호하지만, 밥을 지을 때나 누룽지 등을 만들 때는 여전히 가마솥이 사랑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종민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