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T 정은미 본부장, "우회 수출로 통상분쟁 촉발 우려"
국가 차원 및 지역 차원의 면밀한 산업 외자 유치 필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청산강철의 부산시 스테인리스 냉연 합작공장 투자와 중국 밍타이 알루미늄의 광양시 광양알루미늄공업 투자가 국내 고용 창출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철강포럼(공동대표의원 박명재·어기구, 연구책임의원 정인화)에서 산업연구원(KIET) 정은미 본부장은 이같이 밝혔다. 정 본부장은 또 이들 업체의 국내 투자가 이뤄질 경우 국내 철강금속 산업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기지라는 오명을 안고 통상분쟁에 휘말리는 등의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정 본부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청산강철과 밍타이 알루미늄의 국내 진출 논란과 관련,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외자 유치 정책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각 지역 차원과 국가 차원에서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사례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관련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은미 본부장은 우선, 청산강철과 밍타이 알루미늄의 개별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들 업체가 제시하는 수출 및 수입 대체 등의 생산 및 판매 계획이 현실성이 부족하며, 고용 계획은 고용 유발 효과보다 기존 산업계의 대량 실업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성장 국면에서는 국내 투자가 이뤄질 경우 생산과 고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내수가 둔화 혹은 정체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들 기업의 투자가 국내 기업의 생산이나 고용을 대체할 뿐 고용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들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대부분 원가 경쟁에서 열위인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국내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정 본부장은 꼬집었다.
특히, 정 본부장은 이들 업체의 국내 투자는 이미 공급과잉 시장에 물량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로, 국내 산업과의 중복성이 높아 투자 유치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이미 STS 냉연과 알루미늄 등은 미국과 유럽, 동남아 중국 등에서 수입 규제가 확산되거나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품목인 만큼, 중국 자본을 통한 이들 품목의 국내 진출은 결국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이라는 통상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정은미 본부장의 지적이다. 특히, 청산과 밍타이가 국내 진출 이후에 상당한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이미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 생산 물량이 해당 물량과 비슷하거나 해당 물량보다 모자란 만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청산강철이 국내에서 진행하려는 STS 사업의 경우 이미 미국과 유럽(EU),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러시아 등 각국에서 세이프가드와 수입 관세, 반덤핑(AD) 관세 등으로 STS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총 60만톤의 STS 냉연 생산 물량 중 70%인 42만톤을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청산강철과 합작 예정사인 길산그룹의 계획은 국내 냉연사의 기존 수출량에 해당하는 물량을 수출하겠다는 것으로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정은미 본부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