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전쯤이었을게다. 한국철강자원협회의 존폐 여부 시한이 얼마 안 남았다며 호들갑을 떤 적이 있다.
이유가 어쨌건 30여년 전 어렵사리 뜻을 모아 설립된 협회의 선장 자리가 침몰하는 배라며 아무도 원치 않는 감투로 전락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며 혼자 방구석 개탄을 했다.
'기울어진 제강사 운동장'에서 국내 철스크랩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임에도 구인난도 모자라 방치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다.
당시의 깊은 염원이 이뤄진 걸까. 협회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들이 몇몇 거론되던 가운데 마침내 제12대 신임 협회장으로 황호정 인동스틸 대표가 내정됐다. 황호정 신임 철강자원협회장은 이번 주 5일 이취임식을 통해 공식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식 취임을 앞두고 지난달 대면한 황 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업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맡게 됐다며 희생정신을 앞세웠다. 협회장으로서의 철학을 묻자 시작부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통·배려·참여'를 내세웠던 지난 협회의 치명적 문제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회원사 간 화합 부족임을 꿰뚫은 걸까.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 지역 주요 회원사로 달려가 상호 협력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밥인지 죽인지는 솥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하나만 봐도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 뒤따른다.
이제는 증명할 때가 왔다. 우여곡절 속 어쩌다 등 떠밀린 협회장이 아닌 철스크랩 업계 위상을 드높여줄 인물임을 스스로 써 내려가야 한다. 물론 '고철 장사꾼'들이 아닌 '철스크랩 전문가'들의 십시일반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