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 기업가치 오히려 악화…디폴트 위기 속 결국 채권단에 넘어가
금융자본의 인수기업 경영 한계 지적…비철금속산업 생태계 우려도
최근 MBK파트너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보호 등을 내세우며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지만 앞서 우량기업 인수 이후의 경영실패 사례가 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MBK는 지난 2008년에 2.2조원을 들여 씨앤엠(C&M)을 인수하며 국내 케이블TV 시장에 진출했다. MBK는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노사 간 상생까지 내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AS와 설비 분야를 하청 구조로 전환했다.
실제로 고용유지 기간 3년이 끝난 2011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이 진행됐고,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 당시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씨앤엠은 하청 업체와 노사 상생 및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협의하고 당시 대표가 직접 서명까지 했었지만, 이 약속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폐기됐다. 이후 AS 하청 노동자들은 업무 진행에 필요한 설비 자재비와 기름값 등을 모두 개인이 충당하는 등 열악한 고용 조건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4년에는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약 15%에 해당하는 109명이 해고됐다. 사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비용 절감 조치로 비춰졌다. 이에 씨앤엠 노조는 수개월에 걸친 파업과 집회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끝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씨앤엠의 매각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경영 실패가 이어지면서 MBK가 씨앤엠 인수와 운영을 위해 만든 국민유선방송투자(KCI)는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까지 몰렸고, 결국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MBK가 손을 댄 이후 경영 상황이 악화된 씨앤엠은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고, 이는 궁극적으로 방송산업 생태계까지 교란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러한 실패 사례로 인해 국가기간산업이자 씨앤엠보다 매출 규모가 수십배 큰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되면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를 우려되고 있다. 특히 비용합리화를 목표로 구조조정과 해고 등 노동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며칠 간이라도 파업이 발생하면 적게는 몇 주에서 한 달 이상 조업이 중단되는 등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전후방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MBK처럼 단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경영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산업계에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