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외국인 투자' 논란 지속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외국인 투자'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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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2.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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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기자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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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천국' 미국 연방 규정집도 '외국인 통제 회사는 외국인'
MBK파트너스, 회장·대표·COO 등 '주요 의사결정권자 모두 외국인'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규정을 적용하면 MBK파트너스는 외국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외국인 투자' 해당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두 법 시행령에서는 외국인과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합산하여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려는 행위를 '외국인 투자'로 판단하고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MBK는 회장과 대표 등기임원,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모두 외국인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비토권(거부권)을 가진 인원 또한 외국인이고 전체 주주의 33% 이상이 외국인이다. 고려아연 인수자금을 대는 펀드 6호의 80% 이상이 외국계 자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법조계에서는 관련 법상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행위를 '외국인 투자'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MBK에 대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적용해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정부의 입장과 해석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정부의 규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규정은 국내보다 명확하여 참고할만 하며, 규정에서는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은 외국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행정명령을 집대성한 연방규정집 CFR(Code of Federal Regulations)에서 외국인을 정의한 조항 '800.224'에 따르면, '외국인에 의해 통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모든 단체(Any entity over which control is exercised or exercisable by a foreign national, foreign government, or foreign entity)'는 외국인으로 규정돼 있다.

CFR은 '통제(Control)'에 대해 법인이 유·무형자산 양도, 주요 투자와 사업 방향, 중요한 계약의 체결과 해지, 임원과 고위 관리자의 선임 등을 결정할 때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주는 권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법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해당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게 미국 연방정부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매그나칩 반도체의 모회사인 미국 본사를 중국계 자본이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현지 당국이 외국인 투자 승인을 내주지 않아 무산된 적 있다"며 "미국은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자본 자유도가 무척 높지만 국가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주는 M&A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FR을 MBK파트너스에 적용하면 외국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IB업계의 견해다. 특히 창업자이자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투심위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부권은 투심위의 3분의 2가 찬성한 사안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권한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사실상 김 회장의 지배적인 영향력 아래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결정됐다고 보고 있다.

또한 외국인인 부재훈 부회장은 공동 대표 등기임원 중 한 명이며, 외국인인 민병석 파트너가 최고운영책임자로 조직 운영 전반을 지휘한다. 이처럼 외국인이 주요 의사결정과 이행을 주도하는 MBK파트너스의 특징과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흐름을 우리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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