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값 폭탄 세일과 국내 제조사의 수출 정책이 같다?
고수익 시장에 굳이 저가 판매를…
국내 열간압연강판 제조사의 일본향 덤핑 수출로 국산 열연강판이 일본의 무역규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일각에서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가 내수 가격 대비 1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향 수출을 진행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실제 일본향 열연강판 수출가격은 국내 유통가격 대비 최대 30%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2024년 기준 일본향 수출가격은 매월 국내 유통가격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 일본의 반값 폭탄 세일과 국내 제조사의 수출 정책이 같다?
일본 철강업계는 한국향 열연강판 수출가격을 자국 내수 가격 대비 반값에 가까운 덤핑 수출을 진행했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월 일본 내수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998달러(일본 일간산업신문 기준, 달러 환산 월평균 환율)를 기록했는데 당시 한국 수입가격(한국철강협회 기준)은 톤당 551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자국 가격 대비 톤당 447달러, 44.8% 낮은 셈이다.
2024년 일본 철강 가격 하락에 따라 내수 열연강판 가격과 한국향 수출가격과의 격차는 좁혀졌으나, 여전히 평균 톤당 160달러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산과 일본산 대상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에 반대하는 하공정 업계는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의 수출가격을 문제 삼고 있다. 중국과 일본 철강업계가 자국 내수 가격 대비 낮은 가격으로 한국향 수출을 진행하는 점과 국내 제조사가 일본향 가격 등 수출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점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열연강판 제조사도 저가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지 않냐”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일본철강연맹은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 철강 제품이 늘어나는 것이 우려된다며 통상 정책을 연초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이 타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은 “수입 강재 증가가 일본의 내수 공급망뿐 아니라, 철강업의 탈탄소화를 향한 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현재 수입 강재 대책을 경제산업성 등 정부 기관과 의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마이 타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이 수입국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한 탓에 철강업계 내부에선 한국산 철강 규제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 철강 제조사가 내수 가격 대비 낮은 가격으로 일본향 수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산 열연강판이 일본의 무역규제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고수익 시장에 굳이 저가 판매를…
다만 실제 일본향 수출가격은 한국 내수 가격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내수 철강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상황 속에서 굳이 저가 수출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열연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당 국가의 철강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향 열연강판 수출가격(달러화 월 평균 환율)은 국산 유통가격(정품 일반재 기준) 대비 평균 15.5%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기준 국산 열연강판 평균 수출가격은 672달러로, 이를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약 91만 원이다. 당시 유통가격 대비 5만6천 원가량 높았다. 2월에는 격차가 6만 원 수준으로 벌어졌으며 4월부터 7월까지 수출가격은 국내 유통가격 대비 10만~12만 원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더욱이 8월~9월 국산 열연강판 수출가격은 내수 유통가격 대비 최대 24만 원, 31%가량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일본향 수출가격도 여전히 국내 유통가격 대비 12만~18만 원가량 높았던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앞서 철강업계 일각에선 일본향 국산 열연강판 수출가격이 톤당 70만 원대에 불과하다며 국내 제조사의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가 모순인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열연업계 관계자는 “중국산과 일본산을 대상으로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이뤄진 가운데 국내 제조사가 일본으로 덤핑 판매를 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알려져 아쉬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반면 리롤러사 관계자는 “한 개 시장에 특정 기간 싸거나 비싸게 수출한다고 해서 그 가격이 타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가격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